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본회의장 발언대에 오른 지 5시간 32분만인 24일 오전 0시 39분에 토론을 끝마쳤다. 1964년 국회의원이던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동료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 19분간 의사진행발언을 한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23일 오후 7시 7분부터 더민주당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발언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한편 테러방지법 법안 전문과 국가대테러활동지침 조항을 거의 그대로 읽어가기도 했다.
발언을 시작한지 3시간반이 지난 오후 10시 50분경, 김 의원이 물을 들이키는 횟수가 잦아지자 의장석을 지키던 같은 당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목이 괜찮겠느냐? 다른 의원에게 넘겨도 괜찮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금 더 하겠다”고 답한 뒤 다시 발언을 이어갔다.
자정이 지난 24일 오전 0시 10분 김 의원이 “마지막으로 테러방지법에 대해…”라며 마무리를 지으려 하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20여 명의 더민주당 의원들은 “10분만 더해”라고 외치며 김 의원을 격려했다. 더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원이 발언을 멈추는 횟수가 잦아지자 “잘하고 있다”, “온국민이 성원하고 있다”고 외치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쪽지’를 전달해 발언에 참고할만한 내용을 전해주는 의원도 있었다.
이날 오전 0시 39분 김 의원이 “경청해주셔서 감사하다”를 끝으로 발언을 마치자 자리를 지키던 더민주당 의원이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더민주당과 필리버스터 공조 방침을 밝힌 국민의당의 문병호 의원이 김 의원을 뒤이어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전날부터 한끼도 먹지 못했다는 김 의원은 발언이 끝나자마자 본회의장을 나와 의원들이 준비해놓은 귤과 바나나를 먹은 뒤 화장실을 들렀다.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테러방지법이 어떤 법이길래 국회가 이런 제도(필리버스터)까지 활용해야 했는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자료가 두세 개 더 준비돼 있었는데 그걸 챙기지 못했던 게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김 의원이 발언을 마치고 30분이 지난 오전 1시 10분 트위터에 “김광진 잘했다”는 글을 올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