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그것(노동개혁법 등)을 막아 놓고 어떻게 국민한테 또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느냐.”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같이 말한 뒤 한숨을 쉬며 10초가량 말을 잇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20분간 모두 발언을 하던 중 10여 차례 손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국회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가 다 같이 어려운 복합 위기의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는 일자리”라고 운을 뗐다. 이어 국회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을 처리하지 않는 점을 언급한 뒤 “(일자리 창출) 방법을 뻔히 알면서도 법에 가로막혀 하지 못한다는 건 자다가도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어떻게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 하는 자조 섞인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뭣 때문에 1400일이 넘는 동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지금도 통과시킬 생각이 없고,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고 국회를 성토했다.
또 “국민에게 얼마든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안 하고 ‘우리를 지지해 달라’(고 하는데), 국민이 지지해서 뭐를 할 것이냐”며 “똑같은 국회의 형태를 바라본다는 것은 국민들로선 좌절감밖에 가질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고 있는 야당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테러 위협) 신호가 오고 있는데 그것을 막아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냐”며 “많은 국민이 희생을 치르고 나서 통과를 시키겠다는 얘기인지, 정말 그 어떤 나라에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어도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도리는 다하고 (19대 국회가) 끝을 맺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작심 발언은 주요 경제·민생법안 처리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여야가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만 먼저 합의한 점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9대 국회에서 더 이상 입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국정 운영 기조를 일자리 중심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모든 정책에 대해 고용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거시경제의 패러다임을 고용률로 전환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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