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바보같은 룰로 아무것도 못해”… 文혁신안 대수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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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표 공천 드라이브… “무슨 일 있어도 변화 관철”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가 28일 국회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당의 여러 가치들이 있는데 지켜야 할 가치는 지키고 현실에 맞지 않는 가치는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가 28일 국회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당의 여러 가치들이 있는데 지켜야 할 가치는 지키고 현실에 맞지 않는 가치는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의 ‘시스템 공천’에 메스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혁신안을 무력화하고 김 대표가 사실상 4·13총선 공천의 ‘전권’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28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를 위한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변화를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4·13총선을 문 전 대표의 ‘혁신안’이 아닌 ‘김종인식 공천’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29일 당무위에서 당헌당규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비례대표 공천 방식도 대거 손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혁신안 사수에 앞장섰던 친노·구주류의 반발이 예상된다. 컷오프(공천 배제) 위기감에 휩싸인 친노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무위 참석 거부’ 등 저지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 김종인 “바보 같은 룰로는 아무것도 못해”

김 대표는 이날 “총선을 맞아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전면적 전쟁을 선포할 각오”라며 당의 변화 관철을 선언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혁신안은 사실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항목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하위 20% 컷오프 대상에 포함된 홍의락 문희상 의원 등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혁신안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홍 의원 등의 구제 문제가 발단이 됐지만 김 대표는 처음부터 당 대표의 권한이 제한되는 ‘시스템 공천’ 자체에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헌당규에는 컷오프 대상자라도 전략 공천을 가능케 하거나 당 대표의 포괄적인 공천권을 인정하는 조항을 넣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총선 승리가 핵심 아니냐”라며 “당이 비상 상황인 만큼 비대위 대표에게 ‘비상대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내 반발도 예상한 듯 “(혁신안을) 만들 때는 아무 말 안 하고 있다가 이런 사태가 터지니까 왜 재량으로 정무적 판단을 못 하느냐고 하는데, 그러한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 대표는 의원들이 집단 반발했던 26일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받은 자리에서도 “그 따위 말을 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고 한다. 정세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세균계’의 지도부 성토에 대해선 “5선이나 했다는 사람이, 자기가 와달라고 사정할 때는 언제고 이러느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또 “지금의 바보 같은 룰(혁신안)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천이라는 게 정치적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한편 당 전략공천위원회는 이날 강기정 의원 선거구(광주 북을)등 광주 2곳에 대한 전략공천 지역 확정을 위한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를 보류했다.

○ 비례대표 공천도 직접 챙긴다

지난달 발표된 비례대표 시행세칙도 대거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는 분야별 후보와 순위를 정한 뒤 중앙위에서 비례대표 명부 최종 순번을 확정하게 하는 ‘시스템 공천’을 예고했다. 계파 간 나눠먹기나 밀실공천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문 전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에도 당 대표의 재량이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당헌당규 개정 논의 때 비례대표 공천 방식도 대거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미 비례대표관리위가 맡기로 했던 비례대표 공천 심사도 홍창선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관리위원회가 맡도록 일원화해 놓은 상태다.

일각에선 독자 행보를 계속하는 김 대표 역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비례대표를 준비하는 한 후보자는 “총선 역사상 한 번도 비례대표 공천에 잡음이 없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 본인의 비례대표 출마 여부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지난달 15일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 나이가 77세”라면서 이를 일축했다. 그러나 22일에는 “단적으로 하겠다, 안 하겠다는 말을 드릴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비례대표 질문을 받자 “왜 자꾸 미리 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비례에 큰 욕심이 있느냐. 난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그 정도만 아시면 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김종인#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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