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야권통합 제안 거부

‘철수 안한’ 국민의당… 安 “우리의 불꽃 다시 살릴 것”
심야의총서 ‘김종인 제안’ 거부
김한길-천정배 거의 말 안해… 黨관계자 “수도권 급한건 더민주”
박지원도 ‘통합논의 늦춰야’ 인식, 불씨 남아… 다시 불거질 가능성

악수는 하지만… 4일 서울 강남구 프리마호텔에서 열린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 정기총회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안 대표 앞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국민의당은 4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통합 제의를 거부하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심야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고 “더 이상 통합에 관한 논의는 불가하다고 결론 내렸다. 패권주의 청산과 정치혁신이라는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통합 논란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더민주당은 ‘야권분열 책임론’을 들고 국민의당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당이 4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의를 일단 거부하기로 했지만 통합을 둘러싼 내홍이 완전히 종식됐다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단호한 의지에 소속 의원들이 일단 동의했지만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등 상당수 의원이 통합을 원하고 있어 논란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안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통합에 대한 논의는 불가하다고 모두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견은 없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불꽃을 다시 살리자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통합론자인 김 위원장과 천정배 공동대표 등은 거의 말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조만간 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수도권 선거에서 급한 건 더민주당이다”며 “더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친노와 운동권 출신 등에 대해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통합 얘기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통합론자들이 이날 침묵한 건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의미가 강하다. 한 참석자는 “지금 우리가 통합을 얘기한다면 당 해산을 의미한다”며 “정당이 ‘떴다방’도 아니고 창당 한 달 만에 문을 닫는다는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최대한 통합 논의를 지연시킬수록 초조한 건 더민주당 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수도권에서 3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더민주당은 전멸에 가까운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국민의당 계산이다. 당 관계자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게 돼 있다”며 “우리는 잃을 게 없다”고 말했다.

앞서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제 생각은 어제와 변함이 없다”며 야권통합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김종인 대표가 이날도 야권통합을 촉구했다는 얘기를 듣고 “아, 호객행위를 하셨어요?”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안·천 대표, 김 선대위원장의 오전 회동 직후 열린 선대위 회의는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 관계자는 “분위기가 살벌했다”고 전했다.

최근 입당한 박지원 의원과 동교동계도 통합 논의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김 대표의 통합 제의는 진실성이 없고 예의도 없다”고 했다. 그는 “당이 통일된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 ‘안·천·김’이 ‘3인 3색’이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이훈평 전 의원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제3당 하겠다, 친노 패권 싫다고 나온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된다”며 “권노갑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도 ‘그런 제안에 부화뇌동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