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까지… 김무성 구상 다 뒤집는 이한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총선 D-35/새누리]공관위 ‘전략공천 밀어붙이기’

9일로 예정됐던 새누리당의 2차 현역 의원 컷오프 발표 여부는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불투명해졌지만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킬러 공천’을 거듭 강조하며 ‘이한구식 전략공천’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위원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현역 컷오프의 최우선 타깃은 PK(부산경남) 지역과 울산의 중진 의원이 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이 위원장은 사석에서 “심사를 해보니 몇몇 지역은 엉망이다. 신청자가 서너 명씩 있어도 쓸 만한 사람이 없는 지역도 있다”며 “이런 곳은 새 인물을 찾아서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친박계 3선인 김태환 의원 공천 탈락 이후 당 안팎에 퍼진 ‘3선 이상 중진 물갈이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내 중진들은 이 위원장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당내 최고령 의원인 3선 강길부 의원(74·울산 울주)은 기자회견을 열어 “65세 이상도 경선에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중진 물갈이론에 대한 위기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한 TK(대구경북) 다선 의원은 “상향식 공천을 한다고 해놓고 이렇게 경선에 참여할 기회도 없이 잘라낸다면 전략공천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발했다.

이날 오전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거침없는 말투로 15분 가까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위원장은 “(다음) 20대 국회에는 국가적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최대한 진출시킬 것”이라며 “현역 의원들 중에는 그런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당헌 당규를 지키겠다는 원칙은 유지했지만 “허구한 날 아는 건 없이 옛날 아스팔트 위에서 데모하던 기분으로 국회의원 한 사람은 절대 국회에 들어와선 안 된다”며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분을 특별히 대우하는 게 우선 추천, 단수 추천”이라고 했다. ‘킬러 공천=우선, 단수 추천’을 주장한 셈이다.

그는 “일 잘하는 중진도 많다”면서도 “인재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중진 중에서 탈락하는 분도 무슨 큰 하자가 있어서 탈락한다고 생각할 게 아니다”라고 했다. 자격심사 과정에서 특별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20대 국회에 필요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컷오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김무성 대표가 행사장에서 A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읽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대표에겐 당 옥새가 있다. 학익진을 펼치기 위한 세력 구축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문자 내용을 일부러 공개해 이 위원장을 향해 무언의 선전포고를 보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비례대표 공천 방식을 놓고도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은 정면충돌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47석 중 20번까지를 ‘당선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20여 개의 금배지 주인공을 누구로 할지, 어떻게 정할지는 현역 의원 컷오프 못지않은 첨예한 이슈다.

이 위원장은 “솔직히 서류 심사만 하기도 벅차 우리가 원하던 방식(상향식)으로는 못 한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상향식 공천을 곧이곧대로 따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이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공관위는 앞으로 공모를 한 뒤 철저하게 심사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관위는 이날 저녁 비례대표 후보자 접수 공고를 냈다. 공관위는 13일까지 신청을 받고 다음 주초부터 본격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강경석 coolup@donga.com·고성호 기자
#선거#총선#새누리당#김무성#이한구#비례대표#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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