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장택동]여권의 엇박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장택동 정치부 차장
장택동 정치부 차장
“대통령이 벌어준 점수를 여당이 다 까먹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여당의 내분에 대한 여권 고위 관계자의 촌평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운영 전면 중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공론화 등 강경한 대북 정책을 내놨다. 안보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보수층이 결집했다. 결과적으로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처럼 보였다. 야당은 ‘북풍(北風) 음모’까지 거론하며 여당의 상승세를 견제했다.

하지만 야당의 걱정은 기우였다. 청와대와 정부가 ‘가장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던 3일 여당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유출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살생부 파문’에 이어 잇따라 내분이 표면화되면서 여당의 안보 프리미엄은 사라졌다. 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전주보다 4%포인트 떨어진 38%였다. 북한 핵실험 전인 지난해 12월 말(40%)보다도 낮다.

8일에는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까지 불거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하고 있다. 안보와 경제에 주력하는 박 대통령을 여당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공천 작업이 진행될수록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반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럼에도 여권 내에 위기감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 여권 인사는 “여당은 ‘샴쌍둥이’처럼 머리는 두 개일지 몰라도 몸통은 하나”라며 “싸우기도 하지만 갈라서지는 않는다는 점이 여당과 야당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낙관론’을 펼 때가 아니다. 총선이 끝나면 2017년 12월에 실시되는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화될 것이다. 자기 계파에 유리한 대선 후보를 내기 위한 갈등으로 여당 내분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여권 내 갈등이 커지면 정치권의 싸움을 넘어 국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청와대와 정부는 연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안 처리를 주문하지만 여당에서는 논의에 힘이 붙지 않고 있다. 총선이 임박했고 야당의 반대가 거센 탓도 있겠지만 내분으로 인해 법안 처리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권이 늘 한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노골적으로 핵 공격 위협을 하고 있고, 각종 경제지표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여당이 공천 다툼에 빠져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일 때는 아닌 것 같다. “정치인들은 공천에 정치생명이 걸려 있겠지만, 국민들은 안보와 경제에 진짜 목숨이 걸려 있다”는 지적이 청와대에서 나오는 이유다.

정치인들은 평소 “국민의 선택”을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정작 선거가 다가오면 잊어버리는 것 같다. 유권자의 판단은 냉정하고 정확하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여론조사 결과 유출#윤상현#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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