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개발에 집착하는 北에는, 종전과 다른 정책과 대처 필요
고립-압박은 北태도 변화에 유효… 중국, 대화만 강조하지 말고
北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야… 제재는 ‘대화 유도’ 수단이어야
북한 정권의 핵 개발 등 각종 도발을 무력화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은 이미 뉴스가 아니다. 북한을 상대하는 방식과 태도는 당근에서 채찍으로 바뀐 지 오래다. 한국도 관여(engagement)에서 고립·봉쇄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라고 통칭되는 대북정책을 펴왔다. 대화와 압박을 병행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담겨 있다. 고립과 경제적 압박을 가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정책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볼 수 있듯이 대화보다는 고립과 압박이 그나마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유효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북한 정권은 한미의 대북정책과는 무관하게 그동안 핵프로그램 개발에 집착했다. 최근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북한 정권의 결심을 보여준 것이다. 한미를 비롯한 서방 세계는 북한의 핵능력을 저지하기 위해 20년 넘게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김정은 정권은 유례없을 정도로 핵개발에 집착하고 있다.
북한의 핵능력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동아시아 주변국의 관계도 복잡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는 최근 몇 년 새 최악이다. 한국은 북한과의 마지막 끈인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는 조치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한미 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협의는 중국과의 만만찮은 긴장관계를 초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중(對中)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했지만 북한의 체제 붕괴를 원하지 않는 중국의 태도는 한중관계의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중관계도 마찬가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도출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중국 정부는 정작 이행엔 미온적이다. 북한의 체제 붕괴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등 주요 미 대선 주자들이 중국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을 실제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중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통과 이후에 북한과의 대화를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른바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 카드다. 6자회담의 틀에서 이를 추진하자고 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정권 차원의 의지를 표명해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이후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일삼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형성된 동북아의 긴장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정책적 우선순위와 의지를 갖고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성실한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국이 한미일과 공조해 결의 이행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제재가 이행되면 대화를 논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냥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를 주장할 게 아니라 대화 재개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올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증명해야 한다. 한미일 등은 중국에 “북핵 6자회담이 새로운 차원에서 재개되려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압박해야 한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 이후의 6자회담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열릴 수 없다는 것을 중국이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서 국제사회에서 할 역할이라는 점도 각인시켜야 한다.
물론 현 시점에서는 제재가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제재는 결과적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끔 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지금 북한의 비핵화는 이전보다 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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