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 ‘15일의 피바람’이 불었다.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현역 의원 8명을 한꺼번에 날렸다.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을 빼면 모두 비박(비박근혜)계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윤 의원을 끼워 넣은 대신 비박계를 단숨에 정리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친 상향식 공천 원칙은 사실상 무너졌다.
16일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를 처음부터 비공개로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공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한다. 김 대표가 여기서도 밀리면 친박계의 완승이다. 여권 공천 내전(內戰)의 마지막 뇌관이 터질지 주목된다.
○ 초토화된 대구
전날 3선인 서상기 주호영, 초선인 권은희 홍지만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한 대구에선 15일도 ‘물갈이 태풍’이 이어졌다. 초선인 김희국(중-남) 류성걸 의원(동갑)이 추가 컷오프 대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대구 전체 현역 의원 12명 가운데 절반인 6명이 공천 배제됐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 위원장(수성갑)과 이종진 의원(달성)까지 합하면 교체 대상은 8명이다. 물갈이 태풍에 대구가 초토화된 것이다.
비박계에서는 ‘진박(진짜 친박) 후보 생존 프로젝트’가 가동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진박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현역 의원 컷오프와 후보 재배치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친박계가 대구 출신 이 위원장에게 공관위를 맡긴 이유가 처음부터 ‘대구 학살’에 있었다는 얘기다.
동갑에선 ‘진박 중의 진박’으로 불리는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단수 후보로 추천됐다.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김 대표 측은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류 의원을 자를 명분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한구 공관위’의 ‘공천 칼질’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중-남에선 김 의원이 배제된 채 진박 후보인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배영식 전 의원이 경선을 치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옛 지역구인 달성에선 진박 후보인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단수 후보로 추천됐다.
지역 정가에서는 여성 우선추천 지역인 수성을에서 중-남의 예비후보인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가 공천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애인 우선추천 지역인 북을에선 북갑에 출마한 장애인 양명모 전 대구시 약사회장 등의 공천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후보 재배치’도 진박 후보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비박계는 보고 있다. 곽 전 수석을 배려해 이 전 부지사를 수성을로 돌리고, 북갑의 진박 후보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을 고려해 양 전 약사회장 재배치를 고려 중이란 얘기다.
○ 유승민 ‘고사 전략’ 편 듯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 달렸다. 하지만 최고위에서는 최종 결정을 다시 공관위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감이 워낙 커 살릴 수도,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컷오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서로 ‘핑퐁 게임’을 벌일 것이란 얘기다. 당내에선 결국 유 전 원내대표가 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가 살아 돌아오더라도 고립무원 신세가 될 수 있다. 그의 측근인 김희국, 이종훈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로 손발을 맞춘 조해진 의원 등이 모두 컷오프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주도한 2012년 19대 공천을 떠올리기도 한다. 당시에도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에겐 공천을 줬지만 그의 측근인 진수희, 권택기 전 의원 등을 컷오프 해 이 의원 ‘고사 작전’을 폈기 때문이다.
비박계가 초토화되면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 무소속 연대’가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이번에는 ‘비박 무소속 연대’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장 안상수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 등이 16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대통령과 같은 상징적 구심점이 없다는 게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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