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美대선 샌더스 돌풍”… 샌더스는 “덴마크 모델 따라야”
덴마크 행복 1등, 한국 58등… 덴마크 투명성 1등, 한국 37등
양극화 해소가 경제민주화라고? 덴마크보다 두 배 넘게 받는 국회의원 세비부터 깎으시라
“내가 샌더스처럼 될까 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18일 인천대 타운홀 미팅에서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의 이름을 세 번이나 거명했다가 기자들이 이유를 묻자 짐짓 웃으며 한 소리다. 학생들에게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샌더스라는 사람이 왜 나왔겠느냐” “노인 샌더스가 부르짖는 구호에 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지 상상해 보라” “샌더스가 말한 것처럼 ‘포용적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거다.
1940년생인 김종인은 1941년생 샌더스보다 한 살이 많다. 비례대표를 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나이가 77세”라고 답했던 그가 비례대표 2번에 자신을 셀프 공천한 걸 보면, 대선도 알 수 없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한 달 전에 이미 김종인을 ‘한국의 샌더스’라고 했다.
미국의 샌더스는 작금의 미국 경제를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비판하는,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다. 작년 10월 힐러리 클린턴과의 첫 TV토론회에서 무상 의료, 무상 대학교육, 무상 보육 같은 복지제도를 갖춘 덴마크를 배워야 한다고 역설해 덴마크가 거의 뒤집어졌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는 “덴마크는 사회주의가 아니고 시장경제”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그래도 샌더스가 덴마크를 들어 자신의 공약을 설명한다면 김종인은 샌더스를 들어 경제민주화를 설명한다. 지난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그는 2017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양극화·불평등 해소라고 꼽으면서 어김없이 샌더스를 언급했다.
지난주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샌더스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멀고, 설사 된다고 해도 그가 말한 정책들이 실현될 가능성은 더 멀지만…”이라며 샌더스가 덴마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분석했다. 연봉 5만5000달러 이상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고치인 60.2%의 소득세를 떼는데 그래도 좋단 말이냐는 식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총선이 끝날 때까지 샌더스는 계속 복지와 증세를 말할 것 같다. 김종인도 “우리 조세부담률이 18%인데 2∼3%만 더 걷어도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30만 원 기초연금 줄 수 있다”고 했다. 심각한 불평등이 성장을 해칠 수 있다는 그의 진단에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총선 뒤 김종인이 당권을 잡든, 대권을 잡든 세금부터 올릴 작정 말고 덴마크에서 진짜 중요한 걸 배웠으면 좋겠다.
그 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이유를 아는가. 유엔 자문기구의 최근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는 세계 157개국 중 2013, 2014년에 이어 올해도 1등을 차지했다. 국내총생산(GDP), 건강수명,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 부패지수, 삶을 선택할 자유, 기부 등 6가지를 종합한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58등이다. 작년 47등에서 11계단이나 미끄러진 불행한 국민이다.
그래서 복지 확충이 시급한 것이라고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지 말기 바란다. 행복한 나라일수록 불평등이 적고 사회적 안전망이 탄탄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증세부터 주장하는 외국 정치인들이 쏟아질까 봐 덴마크의 ‘더로컬’지는 “절대 따라 하지 말라”는 기사를 실었다. 정부와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최고니까 복지국가가 가능한 것이지, 복지를 해서 신뢰가 높아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수십 년간 공천 규정이 바뀌거나 공천 부작용이 나온 적도 없다. 부패인식지수(투명성)가 2015년 덴마크는 1등이고 우리는 37등인데 뭘 믿고 세금만 더 바치란 말인가.
김종인의 더민주당이 정녕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각오라면, 방법은 있다. 국회의원 세비를 덴마크 수준으로 내리는 거다. 류현영의 연구를 보면 2013년 덴마크 의원 연봉이 7만 달러(1인당 GDP의 1.84배)인데 우리나라는 무려 17만 달러(5.27배)다. 그런데도 더민주당은 똑같은 자료를 인용해 이슈브리핑을 만들면서도 “한국 의원 세비는 국민 1인당 부담액이 민주국가 평균 수준”이라며 “일방적 세비 감축이 결코 합리적이 아님을 보여준다”는 간교한 결론을 도출해냈다.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1992년부터 20년간 덴마크 의원 세비는 1.8배 올랐는데 한국선 2.92배나 올린 당신들 때문이다. 선거 유세 때 국민만 보며 정치하겠다는 입에 발린 말씀은 하지도 마시라. 하는 일 없이 혈세로 국록을 받는 국회가 세비만 확 깎아도 국민이 행복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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