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이 4·13총선 공천 경선에서 줄줄이 패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계에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 지지층조차 박근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진박 마케팅’에 제대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20일 서울 서초갑 경선 결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신데렐라’로 불린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이혜훈 전 의원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 전 의원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측근 인사다. 벼랑 끝에 몰린 유 전 원내대표 측이 여권의 핵심 표밭에서 친박 진영에 일격을 가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도 진박 후보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대구 서에선 윤두현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김상훈 의원에게 패했다.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대구 북갑)도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대구 중-남)만이 유일하게 경선을 통과해 공천권을 따냈다. 앞서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원이나 경쟁 후보들을 제치고 진박 후보를 단수 추천한 것도 결국 ‘경쟁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낸 친박계 핵심 김재원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도 경선 문턱을 넘지 못하자 이른바 ‘친박 패권주의’가 역풍을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공천 내전(內戰)의 마지막 뇌관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불출마를 압박해온 친박계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원내대표 컷오프(공천 배제)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의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이 확정된 서울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에 다녀보면 지지층 사이에서도 새누리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얘기를 귀가 따갑게 듣는다”며 “최근 공천 파동으로 지지층이 확연히 쪼개졌다. 본선을 앞두고 결집을 시켜도 모자랄 판에 등을 돌리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지도부는 21일 다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 전 원내대표 공천 여부와 비박계 컷오프 문제 등을 놓고 막바지 담판에 나선다. 이에 앞서 공천관리위원회는 20일 최고위의 재의(再議) 요구를 거부하고 주호영 의원의 공천 탈락을 최종 확정했다. 양 진영의 갈등이 고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를 포함해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은 이날 모두 공천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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