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후보 등록(24, 25일) 하루 전인 23일에도 여야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상징적 인물’ 외에 당선 안정권에 자기 사람을 꽂기 위한 각 계파의 행태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당내 권력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한 비례대표 나눠 먹기가 이번 총선 공천에서도 그대로 재연됐다.
○ 새누리당 비례대표 재의 혼선
최고위원회는 전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 재의를 요청했다. ‘세월호 막말 논란’에 휩싸인 김순례 대한약사회 여약사회장(15번) 등 2, 3명의 자격이 문제가 됐다. 김 씨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자청해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지만 사퇴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공관위는 이날 밤 당선권 순번을 수정하지 않은 채 후순위 후보들을 일부 조정하는 선에서 명단을 확정했다.
32번에 배정된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신청을 철회했다. 당초 전국의 축구인 조직 등을 감안해 당선권 배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관위 심의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공관위는 32번을 박현석 당 총무국장으로 바꾸는 등 후순위 4명을 교체했다.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 당시 전우를 구하려다 두 다리를 잃은 이종명 예비역 육군 대령(2번)은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나머지 당선 안정권에 윤종필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13번),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22번) 등 군(軍) 출신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탈북자이자 남성 청년 몫인 김규민 통일교육위원(41·26번)이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 친문(친문재인)·운동권 뜻대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선 안정권인 A그룹에 배치한 전문가 그룹 가운데 4명이 당 중앙위원회 반발로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당내 정체성 논란의 타깃이 된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그 대신 중앙위가 순위투표를 통해 선정한 인물들이 자리를 메웠다. 이재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5번), 김현권 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6번) 등 시민·사회단체 출신과 이철희 당 뉴파티위원회 위원장(8번),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9번) 등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송옥주 당 홍보국장을 3번에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 총선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한 강원도를 배려해 심기준 당 강원도당 위원장에게 14번을 배정했다.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홀수인 15번을 받았다.
○ 安-千, 당선권서 2 대 1로 나눠 먹기
비례대표 6개 안팎의 의석이 예상되는 국민의당은 이날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1, 2번에 전진 배치했다. 천정배 공동대표 측 박주현 최고위원이 3번,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측 박선숙 당 사무총장과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이 각각 5, 6번에 배치되면서 안, 천 대표 측이 2 대 1로 추천됐다. 보수 성향 인사로 영입한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과 당의 선거 홍보물을 만든 김수민 브랜드호텔 대표는 각각 4, 7번을 받았다.
당초 안보 통일 전문가 몫으로 배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과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후순위로 밀리자 후보를 고사했다. 나머지 천 대표와 박주선 최고위원 측 인사들도 추천위 평가 결과 후순위로 배정되자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공천관리위원 사퇴 이후 비례대표를 신청하면서 당규 위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지도부가 당규를 개정하면서 길을 터준 가운데 8번을 받았다. 2013년 안 대표에게 지역구를 양보했던 이동섭 서울시태권도연합회장은 12번을 배정받자 당사에서 사무실 집기를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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