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날 부산에 내려간 지 하루 만인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돌아왔다. 결국 원유철 원내대표 등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와 난상토론 끝에 논란이 된 6명의 후보 가운데 절반을 공천하고 나머지는 공천하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봉합했다. 25시간 만의 옥새 투쟁 종료였다.
이날 오전 11시 반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을동 최고위원은 혼자 도착했다. 반면 다른 최고위원들은 회의 시작 직전 줄지어 당사로 들어섰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도장을 안 찍으면 나중에 법적인 책임은 모두 당 대표가 져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비상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회의에선 고성이 오갔다. 문제가 된 6개 지역 공천 여부를 놓고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모두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못 한다”고 버텼다. “이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최고위를 해산해야 한다” “김 대표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대구 동을, 서울 은평을, 송파을 공천에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공천할 수 없다”고 버텼다. 그나마 나머지 지역에 대해선 여지를 뒀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결국 다른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의 주장을 수용했다. 김 대표도 정말 부당하다고 생각한 3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선 봉합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잠시 정회했을 때는 김 대표와 가까운 김학용 김성태 김용태 김종훈 의원 등도 회의장이 있는 당사 6층에 모여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회의가 재개된 뒤 결론이 나기까지는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미 그전에 양측이 절충안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가 다수인 최고위에서 3명의 친박 후보 무공천에 동의한 것은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 청와대와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걸로 괜찮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내비쳤다.
오후 3시 45분에 회의를 마무리한 뒤 브리핑에 나선 황진하 사무총장은 “오늘부로 공천과 관련된 당내 갈등은 모두 해소됐다”고 말한 뒤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당내 갈등을 급히 봉합한 걸 스스로 인정한 모습이었다.
김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7시 25분 부산 자택을 나서며 “마음의 변화가 없다”고 했었다. 김해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전날 무공천 지역으로 선언한 지역에 대표 직인을 찍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같은 시간 서울에선 원 원내대표와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안대희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이 국회 원내대표실에 모였다. 친박계 지도부가 김 대표의 옥새 압박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간담회 후 “최고위원회의 소집 요구를 정식으로 대표께 요청했다. 당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김 대표를 비판했다.
김 대표가 오전 10시 15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돌아오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입장 변화가 없다”고 거듭 확인했지만 “현재로선…”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곤 당사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친박계에 ‘당무 거부’라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행동이었다.
잠시 후 원 원내대표는 “김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최고위원회의를 당사에서 오전 11시 반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김 대표가 전날 오후 2시 3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틀간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20시간 만이다. 후보 등록 데드라인이 걸려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대표가 30시간을 버티지 못한다는 ‘30시간의 법칙’이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당 관계자는 “공천을 하면서 처음부터 잘못 끼운 단추를 한 편의 ‘막장 드라마’로 끝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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