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옥새 전쟁’이 25일 봉합됐지만 ‘여권 분열’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13총선 직후 다시 거센 후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표가 ‘태풍의 눈’이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 지역구인 대구 동을 무(無)공천을 감행해 이재만 후보를 탈락시킨 만큼 청와대와의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유 전 원내대표를 살리기 위해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의 뜻을 꺾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김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는다”며 “공멸을 막고 선거에서 과반을 지키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자신의 일보 후퇴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애초 △유 전 원내대표 지역만 무(無)공천 △일부 지역만 무공천 △보류됐던 5곳 모두 무공천 등 3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러다 24일에는 5곳 모두 무공천하는 초강수를 뒀고, 다시 25일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3개 지역 공천장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매번 청와대 눈치 보기로 비쳤던 기존 행보와는 달랐다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미 김 대표가 전날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에 대해 공천 의결을 거부한 것을 박 대통령과의 ‘결별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권력자’ 발언 등으로 쌓여온 김 대표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이후를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개청식에서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본인들만의 정치에서 벗어나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 내려는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 위기 상황에서 공천 갈등으로 ‘옥새 투쟁’까지 한 김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에게는 단호하게 대응해왔다. 향후 박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김 대표를 ‘배신’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장 박 대통령이 나서기는 어렵다. 박 대통령이 여당 문제에 관해 언급할 경우 ‘총선 개입’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집권 후반기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필요한 박 대통령은 여당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총선에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 정국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불편한 동거’를 이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본격적인 갈등은 총선 이후 불거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나서는 것을 박 대통령이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김 대표를 견제할 방법은 많다”고 했다.
전면 투쟁 양상에서 절충점을 찾은 김 대표의 정치적 득실도 복잡한 함수관계에 빠져 들었다. 우선 자신의 우군들로부터 “결국 이번에도 물러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뚝심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컷오프(공천 배제) 이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조해진 의원은 “자기 거 챙길 건 다 챙기고 나서 저항하는 건 몽니”라고까지 혹평했다.
총선 직후 친박계의 총공세도 예상된다. 이 때문에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해 6, 7월경 실시될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향후 정치적 미래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박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김 대표의 대권 행보가 순탄치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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