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 후보 간의 단일화 바람이 거세다. 비수도권 지역에선 속속 단일화 협상이 성사되고 있다. 이 같은 단일화 바람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까지 상륙해 전체 선거 판세를 뒤흔드는 변수가 될지가 관심사다.
야권 후보 단일화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은 당 대 당 차원의 후보 단일화를 일축하고 있지만 후보들 사이에선 단일화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에 출마한 국민의당 김성호(강서병) 정호준 후보(중-성동을)와 부좌현(경기 안산 단원을), 김창수 후보(대전 대덕) 등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연수을에 출마한 한광원 후보도 29일 더민주당 윤종기 후보에게 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제안했다.
비수도권 지역에선 이미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 곳도 있다. 강원 춘천의 더민주당 허영 후보와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허 후보가 단일 후보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 성산에서는 더민주당과 정의당 후보 간 단일 후보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결정됐다. 경기 안양 동안을에서는 국민의당 박광진 후보가 출마를 포기하고 더민주당 이정국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하면서 수도권 후보 단일화의 물꼬를 텄다.
다만 아직은 전면적인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엔 이르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3개 정당이 격돌하는 선거구가 24곳에 이른다. 서울 지역구에 출마한 한 국민의당 후보는 “중앙당과 상의 없이 단일화를 할 경우 제명하겠다는데 하고 싶어도 할 수 있겠나”라며 “총선 후에 지구당위원장이라도 받으려면 당의 방침을 거스를 수 없다”고 했다.
더민주당은 우선 정의당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서울 은평을에선 더민주당 강병원 후보와 정의당 김제남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29일 보도된 SBS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무소속 이재오 후보와 일대일로 대결할 경우 지지율 격차가 7%포인트 이내로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민주당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단일화가 안 될 경우 수도권에서 참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이날 정의당에 고양갑 심상정 후보, 수원정 박원석 후보와 해당 지역 더민주당 후보의 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제안했다.
SBS 조사 결과 서울 노원병에서 야권 후보 3명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접전 중인 안 후보와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 간 격차가 15%포인트 넘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에선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다음 달 4일까지를 단일화의 1차 시한으로 보고 있다. 이날까지 단일화가 이뤄지면 사퇴 후보 이름 옆에는 ‘사퇴’가 표시된다. 하지만 그 후에는 투표용지에 ‘사퇴’ 여부가 표시되지 않아 단일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재야 원로들은 “4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안철수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공개 경고한 상태다.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수도권 야권 전체 지지율은 새누리당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도 성과 없이 흘러간다면 야권 전체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며 국민의당을 거듭 압박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안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후보 연대 없이 정면 돌파하겠다고 한 게 전체 후보들에게 주는 시그널(신호)”이라며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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