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낮 12시 서울 송파구 지하철 5호선 거여역 사거리 부근. 김을동 새누리당 후보(송파병)의 유세 차량에 달린 확성기에서 ‘상하이 트위스트’를 개사한 로고송이 흘러나오자 빨간 점퍼를 맞춰 입은 선거운동원 30여 명이 일제히 율동을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싼 50여 명도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주변에는 눈살을 찌푸린 시민과 상인들이 적지 않았다. 유세 차량 때문에 길이 막힌 차량 운전자는 삿대질을 하며 항의했다. 한 빵집 주인은 “시끄러워 문도 못 열겠다. 손님들도 ‘정신없다’며 가버려 장사에 지장이 많다”고 푸념했다.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전국의 시장이나 번화가 등 유권자가 몰리는 곳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벌어졌다. 후보들은 유세 차량과 로고송, 선거운동원 등을 동원해 유권자의 시선을 끌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유세장 부근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각 당의 공천 파동과 내홍(內訌)이 여과 없이 드러난 데다 정작 유권자가 원하는 민생 정책은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그들만의 선거운동’을 하는 데 따른 불만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 근처에서 열쇠가게를 운영하는 장모 씨(54)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는지 모르겠다. 영업에 방해된다고 경찰에 신고해도 비켜 줄 것도 아니고…. 선거 때만 되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후보나 선거운동원은 오간 데 없이 확성기를 주렁주렁 매단 유세 차량만 세워 놓는 후보들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 지하철 4호선 이수역 앞에는 김기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서초을)의 유세 차량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대형차가 유세 차량 앞을 지날 때면 확성기의 음악 소리가 인도로 반사돼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낮 12시경 김종구 국민의당 후보(영등포을)가 출정식을 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백화점 앞은 지나는 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흡연자들의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여기에 확성기 소음까지 가세하자 점심시간에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은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회사원 정모 씨(38)는 “길목을 막고 확성기를 울리면서 로고송을 틀어대는 행동이 과연 표를 얻는 데 어떤 도움이 될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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