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한국 내 핵무장론 반대… 대북제재, 中의 건설적 역할 기대”
한미일 정상 ‘대북압박 강화’ 공감… 2년전 핵안보정상회의와 온도차
美 “북핵 대응 한일정보협정 체결을”
박근혜 대통령이 3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일본 중국 정상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방위 대북 압박 외교에 나섰다.
4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이제 중요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 나감으로써 북한이 핵 포기 없이는 생존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일 정상과 함께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감행한다면 더욱 강력한 제재와 고립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 한미일 정상회의, 대북 압박 강화에 초점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고 잘못된 셈법을 바꾸기 위해 3국이 무엇을 함께 해 나갈 것인가 심도 있게 논의하고 대북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백악관도 홈페이지를 통해 “3자 회의는 북한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북핵 억제 및 대북 제재에 3국이 공동으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년 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당시 청와대가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건하에서 6자회담이 추진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대화’를 언급한 것과는 온도 차가 크다.
그만큼 한미일 3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의 초석을 놓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면서도 “북한이 핵을 고집하고 대결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정권 자멸의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내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한반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3국 정상회의에 앞서 한일 양국에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신속한 체결을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사전 협의 과정에서 미국이 ‘연말까지 한일 GSOMIA를 체결해 달라’고 한국에 요청했지만 한국은 시점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북핵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GSOMIA는 올해 초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이후 본격적으로 수면으로 떠올랐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북한 도발 대응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통화하면서 GSOMIA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정서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GSOMIA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회의에까지 올라갔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 박 대통령 “일본, 과거 과오 잊지 말아야”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과 강력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 재확인 등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주요국들의 일련의 정상회담에 앞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공조 방안 논의가 중심이었지만 위안부 합의 이행도 의제에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타결된 위안부 문제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고 역사를 직시하면서 과거의 과오를 잊지 말고 미래 세대에 대한 올바른 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6개월 만에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대북 제재 논의 과정에서 다소 틈이 벌어진 한중 관계 복원을 위해 마련됐다. 박 대통령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북핵과 북한 문제를 비롯한 당면 이슈들을 풀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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