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침내 ‘협상카드’ 꺼낸 北, 제재 두려우면 핵 포기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0시 00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월 2일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통과시킨 데 반발해 무력시위를 벌여온 북한이 한 달 만에 처음으로 협상을 언급했다. 북은 3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며 부질없는 제도 전복보다 무조건 인정과 협조가 출로라는 여론이 크게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를 비난하면서도 미국과의 협상을 절실히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북은 “세계 전쟁사에 가장 가혹한 제재의 대명사로 사람들을 전율케 한 레닌그라드 봉쇄도, 냉전시대의 카리브 해 위기도 조선반도에 조성된 오늘의 정세엔 대비조차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철부지 아이들의 놀잇감과 주민 생계 분야도 제재의 주요 대상으로 되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라고 밝혀 광범위한 제재에 상당한 압박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했다. 각종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하고 한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대한 교란 공격을 비롯해 다양한 도발을 일삼았던 북이 대화노선으로 선회를 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대북 제재 목표는 북 정권붕괴가 아니라고 밝혀 오판을 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5월 7일 36년 만에 노동당 당 대회를 열어 김정은 시대의 업적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북으로서는 제재 속에 잔치를 펼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쯤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북과의 협상에 나선다면 북의 비핵화는 영영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도 북이 확실히 핵포기 의사를 밝힌 뒤에나 가능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1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이를 반드시 실천하고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만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은 김정은이 핵을 고집하다간 정권을 잃을 것이라는 절박한 위기감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정부는 미중이 혹시라도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북의 선전 공세에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북한#유엔#시진핑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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