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소음신고 하루 500건 넘어
‘오전 6시∼오후 11시’ 법으로 허용… 시끄러워도 규제할 수 없어
3일 봄꽃놀이를 겸한 주말 나들이로 가족과 함께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직장인 황모 씨(41)는 선거 유세 차량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꽉 막힌 공원 주차장 진입로 때문에 차 안에서 40분을 기다리는 동안 이 지역의 한 총선 후보가 전광판까지 동원해서 큰 소리로 반복해 틀어놓은 음악 소리를 강제로 들어야 했다. 그는 “나는 이곳 유권자가 아니라서 더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4·13총선 선거운동 시작 이후 황 씨처럼 선거 유세 소음에 시달리다 심지어 경찰에 소음 신고까지 하는 경우가 하루 500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에서 2550건의 유세 관련 소음 신고가 접수됐다. 하루 510건꼴이다.
선거 소음 신고는 확성기를 설치한 유세 차량으로 주택가와 상가를 오가며 반복적으로 트는 노래와 연설이 시끄럽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역대 최저 투표율 기록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은 가운데 선거 유세마저 소음 신고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접수된 선거 소음 신고가 하루 평균 211건(총 2747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4배에 이른다.
하지만 선거 관련 소음은 처벌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상 공개된 장소에서 연설이나 대담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시간은 어떤 장비를 사용하느냐 등을 기준으로 규정돼 있다. 몸에 지니는 소형 확성기를 쓸 때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차량용 앰프 등 휴대할 수 없는 확성기를 쓸 때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설이나 대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규정만 지키면 된다. 이 시간대에는 소음 관련 처벌 기준이 없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시끄럽게 선거 운동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선거 유세 중의 소음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의 소음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집회와 시위 중에는 지역과 시간에 따라 60∼75dB(데시벨)을 넘지 못하도록 소음을 규제하고 있지만 선거 유세는 이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와 관련된 활동을 경범죄로 처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선거 캠프 측에 자제를 당부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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