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살펴보자. 먼저 이한구 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 20대 총선 공천 정국에서 가장 큰 논란의 소용돌이에 섰던 남자다. ‘막장 공천’으로 낙인찍힌 ‘비박(비박근혜) 학살’을 주도하면서 손에 피 묻히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세상의 욕이란 욕은 다 먹었지만, 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친박(친박근혜) 대리인 역할을 누구보다 충실히 수행한 사내다. “이한구 일 잘 못해”
그런데 공천이 끝난 뒤 청와대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다르다. 박 대통령은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을 신뢰한다. 그런데 바로 ‘묵묵히’가 문제였다. 너무 시끄럽게 일을 벌였다. 무엇보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누구보다 먼저 잘라내야 할 유승민 이재오 의원을 살려놓았다. 유 의원을 진작 잘랐어야지, ‘공천 보류’니 뭐니 하면서 일주일 이상을 질질 끄는 바람에 ‘박근혜 대 유승민’ 구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민심의 역풍에 뒤통수를 맞은 친박 핵심 김재원 의원과 ‘원조 진박(진짜 친박)’ 조윤선 강석훈 의원이 경선에서 나가떨어졌다. 서울 강남벨트에 출마했던 조, 강 두 의원은 10표 남짓 차이로 떨어졌으니 청와대에서 탄식이 나올 만도 하다. 한때 총선 이후 ‘이한구 국무총리’설이 돌기도 했지만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 좌장’ 최경환과 ‘친박 원로’ 서청원은 어떨까. 당초 친박계 내부에서는 20대 국회 전반기를 ‘최경환 대표-서청원 국회의장’ 구도로 가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막말 윤상현’을 감싸며 악재를 키웠다는 평가가 들린다. 아무리 박 대통령이 윤상현을 총애해도 필요할 땐 읍참마속(泣斬馬謖)해야 하는데, 사사로운 정리(情理)에 끌렸다는 것이다.
대신 ‘신박(신박근혜)’ 원유철 원내대표와 이인제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에서 김무성 대표를 적절히 견제해 박 대통령의 신뢰지수가 높아졌다고 한다. 최경환-서청원 체제 대신 ‘원유철 대표-이인제 국회의장’ 카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청와대 내부를 들여다보자. 이병기 비서실장이 전임 김기춘 실장보다 대통령과의 ‘심리적 거리’가 멀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박 대통령과 이 실장은 ‘화학적으로도’ 섞이기 어렵다고 나는 본다. 이 실장은 조용하면서도 자신의 세계가 뚜렷한 사람이다. 박 대통령은 그런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다. 남의 말을 잘 들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최고의 참모였던 이 실장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박 대통령은 황교안 국무총리나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새누리당 비례대표 12번), 안종범 경제수석처럼 시키는 일을 조용히 수행하되,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믿는다. 어쩌다 재량권을 발휘해 일을 했다간 대낮에 ‘레이저’를 맞거나 한밤에 ‘불의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지휘관에 재량권 부여해야
자고로 지도자는 현장 지휘관에게 일정한 재량권을 부여해야 조직의 활력이 극대화된다. 로마와 카르타고가 지중해 패권을 놓고 격돌했던 포에니 전쟁. 로마 사령관은 군사작전을 짜는 것은 물론 강화조약을 맺는 재량권까지 있었다. 패전해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반면 카르타고 사령관은 패전하면 죽임을 당했다. 100년 이상 끈 전쟁이었지만, 승패는 일찌감치 결판났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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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06:46:13
무엇보다도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망국법인 선진화법과 비례대표제를 폐기하기 위해서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는 너무나 명확한 일이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도 종북쓰레기들과 배신자들은 절대로 찍어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2016-04-07 08:17:10
이런 유치한 제목으로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나?
2016-04-07 07:47:57
국민은 대통령의 신념과 세계(주관)을 선출한 것으로, 참모의 세계를 선택한 것이 아님.참모의 조언이 모두 옳은 것도 아니고 또 책임감으로 다듬어진 것도 아님.여느 대통령과는 다른 박대통령의 위대성(헌신.애국,열정,진실,청렴,순수 등)을 가볍게 치부해 버릴 것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