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수 주일대사(79·사진)가 6일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했다. 유 대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유 대사는 3월 서울에서 열린 공관장회의 기간에 다시 한 번 의사를 나타낸 뒤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 대사는 “지난해 한일 간 현안이던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도 이뤄지는 등 악화 일로에 있던 한일 관계를 회복할 계기가 마련됐다”며 “내 역할을 다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유 대사는 또 “고령이기도 해 올 초부터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바람에 의사 표명이 조금 늦어졌다”며 “이것저것 고려해 볼 때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12월 대통령선거를 거론하며 “새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는 대사가 바뀌는 게 관례인데, 내가 빨리 그만두지 않으면 다음 대사의 임기가 짧아진다”고 말했다. 사임을 결심한 이유에는 가족의 일본 생활 부적응 등 개인사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유 대사는 한일 정상 외교가 중단됐던 2014년 8월 주일대사로 부임했다.
유 대사의 사의 표명 사실은 이날 일본 마이치니신문을 통해 처음 보도됐다. 박 대통령이 해외 출장을 나가 있는 동안 주요국 대사가 해외 언론에 “그만둘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후임자가 정해지기도 전에 현직 대사가 사퇴를 공식화하면 주재국과의 외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교부 본부와의 마찰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미 공식 사의를 표명했고 본부와 불화도 일절 없었다”며 “임기 중에 교체되면 ‘경질됐다’는 인상을 줄까 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대사의 사퇴가 표면화됨에 따라 4·13총선 이후 주요국 대사 교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3년을 채운 안호영 주미대사도 교체 대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지근거리에 있는 오준 주유엔 대사도 교체 대상이다. 지난해 임명된 김장수 주중, 박노벽 주러 대사는 이번엔 교체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대사로 박진 전 의원이나 주철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기용될 것이라는 설이 있다. 이와 동시에 주 전 수석은 국내에 잔류해 외교부 산하 기관장으로 가고, 오 주유엔 대사가 주미대사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주유엔 대사에는 취임 3년을 넘긴 조태열 외교부 2차관(다자외교 담당)이 후보로 거론된다. 아직 이런 관측은 이른바 ‘복도통신’이라고 불리는 외교부 주변의 소문일 뿐 실제 인사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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