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이 어제 자체 판세를 분석한 결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한 4·13총선 예상 의석수를 새누리당은 145석 내외, 더불어민주당은 100석 이하, 국민의당은 35석 내외로 추정했다. 주요 여론조사기관 4곳이 선거일 6일 전 여론조사 공표 금지 때까지의 조사 결과와 정당 지지율을 합산해 새누리당 157∼175석, 더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5∼31석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어느 당이 엄살을 부리고 어느 당이 위기를 맞고 있는지, 또 어떤 돌풍이 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연일 “새누리당 과반수가 깨지게 되면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려움이 닥쳐올 수 있다”고 호소해 지지층 사이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민주당이 어제 “새누리당에서 엄살과 쇼를 부리고 있는데 180석 정도의 거대 여당이 출현할 것”이라며 야권 지지층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것과 딴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만이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당 지지자지만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3번 찍겠다는 유권자가 많다”며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자신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 공직선거법이 선거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유권자들은 각 당의 주장만 사실 여부도 알지 못한 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선진국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일 전 일주일 넘게 공표를 금지하는 나라는 이탈리아 정도에 불과하다. 국회가 1월 정당만이 무선전화 안심번호를 이용해 여론조사를 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한 것도 유권자의 ‘정보 비대칭’을 증폭시켰다. 정당들은 이동통신사에서 안심번호를 구입해 당내 경선에 활용하고,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계속 여론조사를 실시해 선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당들이 발표하는 판세 분석이 정확한 것인지, 선거 전략인지 알 수가 없다.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흑색선전이 유통돼 표심이 왜곡될 수도 있는 일이다.
2002년 야권에서 노무현-정몽준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여론조사로 한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도 각 정당은 여론조사로 후보를 공천하고, 여론조사를 무기로 표심을 흔들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20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가 9일 1403건으로 2014년 지방선거 때의 1.7배다. 특히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는 응답률도 떨어지는데 등록 기준의 문턱이 낮아 부실한 조사를 심의위가 걸러내지도 못하고 있다. 사람과 정책을 보고 판단해야 할 선거를 오차범위가 크고 오류도 많은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것은 ‘외주 민주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실 여론조사를 걸러내는 조건으로 여론조사를 선거 하루 전까지 공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