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를 제외하고는 호남 바깥에 한 명도 없는 당이 어떻게 정권 교체의 역할을 하겠느냐.”(9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남 탓하는 조직이나 사람치고 제대로 된 게 없다.”(10일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문 전 대표는 8, 9일 1박 2일간 방문한 호남에 이어 10일 수도권에서도 연일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맹공을 가했다. 안 대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문 전 대표와 안 대표 둘 중 한 명은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어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 없는 벼랑 끝 승부를 벌이고 있다.
○ 文 “호남 재방문” vs 安 “수도권 집중”
호남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안 대표가 막판 수도권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문 전 대표는 11일 다시 호남을 방문하기로 했다. 전남 광양과 여수를 시작으로 선거일 전날인 12일 오후까지 전남과 광주 주요 접전지에서 유세를 벌이고 상경해 12일 저녁 마지막 수도권 지원유세를 할 계획이다. 문 전 대표 측은 ‘무릎 사과’와 ‘호남 지지 없으면 대선 불출마’ 선언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 일각의 ‘반문(반문재인) 정서’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활용하겠다는 판단이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호남의) 여러 군데 (후보들의) 요청이 있다”며 “김종인 대표가 (물리적으로) 가지 못하는 곳을 나눠서 (문 전 대표가)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막판 호남에서 새로운 돌발변수 등장을 경계하며 수도권에 집중하고 있다.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문 전 대표의 1차 호남 방문 효과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혀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 대표의 호남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는 “호남에 다시 갈 계획은 없다”며 “수도권 경합 지역, 수도권 녹색바람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략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자칫 안 대표까지 호남을 방문할 경우 선거 막판 호남에서 문 전 대표와 안 대표를 놓고 야권 차기 대선 주자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듯하다.
○ 전선 좁히는 文 vs 확전하는 安
앞서 문 전 대표는 호남 방문 이틀째인 9일 ‘호남의 전략적 투표’를 강조했다. 전날 광주 민주화의 상징인 충장로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깜짝 선언 이후 내놓은 국민의당을 겨냥한 메시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무등산에서 시민들과 만나 “국민의당은 호남 밖에서는 안철수 대표 한 명 말고는 당선될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더민주당이 많이 부족했고 실망시킨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맞서 정권을 교체할 세력은 더민주당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이를 적극 반박하며 새누리당까지 동시에 비판했다. 안 대표는 10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유세 중 기자들을 만나 “거대 양당이 창당한 지 이제 두 달 된 국민의당 탓만 하고 있다”며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의 나쁜 정치, 더민주당의 낡은 정치를 깰 것”이라고 말했다. 타깃을 새누리당으로까지 확장해 ‘문재인 대 안철수’ 간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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