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미세먼지’ 더 마시게 만든 환경부-기상청의 ‘칸막이 행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3시 00분


환경부 “황사예보 틀린 기상청 탓”… 기상청 “미세먼지는 환경부 소관”

8일부터 사흘 연속 미세먼지 예보를 틀렸던 기상당국이 주말을 지나 11일 오랜만에 미세먼지 농도를 ‘보통’으로 예보해 맞혔다. 
10일(왼쪽 사진)과 11일 미세먼지로 뿌옇다가 맑아진 서울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 기상당국은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진
 뒤에야 제대로 된 예보를 내려 빈축을 샀다. 변영욱 cut@donga.com·장승윤 기자
8일부터 사흘 연속 미세먼지 예보를 틀렸던 기상당국이 주말을 지나 11일 오랜만에 미세먼지 농도를 ‘보통’으로 예보해 맞혔다. 10일(왼쪽 사진)과 11일 미세먼지로 뿌옇다가 맑아진 서울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 기상당국은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진 뒤에야 제대로 된 예보를 내려 빈축을 샀다. 변영욱 cut@donga.com·장승윤 기자
기상청이 지난해 532억 원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퓨터 4호기(누리와 미리)는 약 50억 명이 1년간 계산한 수식을 단 1초 만에 풀 수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가 3일 뒤 한반도 어느 지점에 얼마의 강도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25분 안에 계산한다. 그러나 온 국민의 신경이 집중돼 있는 미세먼지 예보 기능은 빠져 있다. 기상청 책임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기상청과 환경부의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미세먼지 예보가 엉터리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자연 발생 요인인 황사는 기상청이 담당하고, 인공적 요인인 미세먼지는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담당한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 배출이 증가하는데 환경부 등이 속수무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상당국은 안개와 황사가 겹쳐 미세먼지 농도가 덩달아 치솟은 지난 주말(8∼10일) ‘뒷북 예보’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주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을 때 관련 예보를 놓친 것과 관련해 11일 환경부 관계자는 “기상청이 황사가 대기에 뜬 채로 높은 상공에서 지나친다고 예보했는데 실제로는 황사가 내려오면서 미세먼지 농도도 올랐다”며 기상청을 탓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6일부터 중국 북부지역서 황사와 미세먼지가 증가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기상청 예보만 믿고 미세먼지 경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미세먼지 분석, 두 부처 모두 ‘나 몰라라’ ▼


반면 기상청 관계자는 “미세먼지는 기류뿐만 아니라 차량 정체 등에 따른 국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기상청이 왈가왈부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황사를 예측하지 못한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미세먼지를 놓친 책임은 결국 환경부에 있다는 논리다.

이들 두 부처의 미세먼지 예보는 대표적인 칸막이 행정으로 꼽힌다. 이 두 부처가 공고하게 벽을 쌓은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누가 황사 예·경보를 담당할지 논란이 벌어지자 인위적 요인인 스모그는 환경부가 담당하고 자연적 요인인 황사는 기상청이 전담하기로 정리했다.

칸막이를 세운 이후 미세먼지가 환경 이슈로 새롭게 부각된 2013년까지 정보 교류가 이뤄지지 않아 비난이 일기도 했다. 2014년부터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와 관련한 통합예보팀을 꾸렸지만 팀원 12명 중 기상청 소속 인력은 2명에 불과하다. 대기 정체나 기류에 따른 미세먼지 해소 분석은 이들이 사실상 전담한다.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경계가 모호한 영역은 방치되기 쉽다. 기상에 따라 미세먼지가 어떻게 해소되는지, 어디가 연구해야 하는지 두 기관 모두 모른다는 자세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기상청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이런 분야조차 책임이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당국도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 세계적 이산화탄소(CO₂) 감축 추세에 한참 뒤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속도는 최근 20여 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빨랐다.

11일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년 10.29t에서 2013년 9.55t으로 7.19% 감소했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1997년 교토의정서를 채택하는 등 꾸준히 감축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41t에서 11.39t으로 110.54% 급증했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늘어난 건 선진국에 비해 석탄연료 발전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체 발전량 중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5%(2015년 기준)에 이른다. 2014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석탄 사용량은 2.29tce로 카자흐스탄(3.15tce), 호주(2.66tce), 대만(2.51tce), 남아프리카공화국(2.46tce)에 이어 전 세계 5위였다. 1tce는 석탄 1t이 내는 열량을 환산한 단위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석탄은 전 세계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탄소 양의 44%를 차지해 모든 에너지원 중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임현석 lhs@donga.com / 세종=박민우 기자
#황사#미세먼지#기상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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