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국회의원 선거일. 20대 국회를 이끌어갈 선량(選良)을 뽑는 날이다. 국회의원을 선량이라고 하는 까닭은?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등 막중한 일을 하기에 ‘가려 뽑은 뛰어난 인물’이라는 뜻이다.
입후보자들은 선량의 꿈을 ‘좇는’ 걸까, ‘쫓는’ 걸까. 많은 이가 ‘좇다’와 ‘쫓다’의 쓰임새를 헷갈려 한다. 두 단어의 차이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정력 좇다 건강 쫓아버리죠.’ 즉 목표나 이상, 행복 따위를 추구하거나 남의 뜻을 따를 땐 ‘좇다’를, 발을 옮겨 이동하거나 급히 따라갈 때는 ‘쫓다’를 쓰면 된다. 그래서 선량의 꿈은 ‘좇는’ 것이다.
다만, 많은 이가 ‘좇다’를 써야 할 때 말맛이 강한 ‘쫓다’를 쓰고 있으니, 세월이 흘러 두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내 고장 국회의원이 누가 될지 알아맞히는 재미도 쏠쏠할 듯싶다. 누구나 자신이 투표한 사람이 당선되기를 원할 테니. 그러고 보니 ‘맞히다’와 ‘맞추다’의 쓰임새도 꽤나 까다롭다. ‘맞히다’에는 ‘적중하다’, ‘정답을 골라내다’라는 의미가 있다. 반면 ‘맞추다’는 일정한 대상을 서로 비교해 살핀다는 뜻. 그러니 수수께끼나 퀴즈는 정답을 맞혀야 하고, 퍼즐과 답안지는 다른 조각이나 정답과 맞춰야 한다. ‘알아맞히기’만을 인정하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알아맞히기와 ‘알아맞추기’ 둘 다 문화어로 삼고 있다.
어떤 일을 세차게 밀고 나갈 때 쓰는 ‘팔을 걷어붙이다’란 표현도 재미있다. 가만, 팔을 어떻게 걷어붙일 수 있나. ‘소매를 걷어붙이다’라고 해야 옳다. 하지만 어쩌랴. 많은 이가 ‘팔을 걷어붙인다’고 하니. 그래서 우리 사전은 ‘팔을 걷어붙이다’를 관용구로 삼고 있다. “그 사람은 참 발이 넓다”라는 표현도 그렇다. 언중 누구나 발 자체가 넓다는 뜻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많아 폭넓게 활동하는 사람’, 즉 마당발을 지칭하는 뜻으로 쓰고 있다. ‘방문 닫고 들어와’도 ‘들어온 뒤에 방문을 닫으라’는 뜻으로 아는 것처럼.
이번 총선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국민이 정치를 혐오해서 무관심으로 치닫는다면 정치는 점점 더 잘못된 길로 갈 것이다. 정치인 자기들끼리만 모여서. 그러니 투표를 권리가 아니라 ‘심판할 의무’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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