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관에 나온 북한의 엘리트 가운데 갑작스러운 평양 소환령이 떨어지면 탈출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 돌아가면 자녀 교육의 미래가 사라진다며 탈출을 선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내부적으로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며 체제를 단속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부터 심리적 동요와 체제 이완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고영환 부원장은 12일 “최근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공관원과 주재원 중에는 자녀 교육을 위해 탈출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고 부원장에 따르면 평양에 돌아갈 때가 됐지만 자녀가 평양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혀 함께 탈출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부원장은 “북한 공관원과 주재원들 사이에서 북한을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 더 일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평양의 중산층 중에서도 자식만은 미래를 위해 한국에서 교육시키고 싶다며 자녀들을 탈북하게 해 한국에 보낸 경우도 있다”면서 “일반 탈북자 중에도 이런 이유로 청소년들이 먼저 탈북한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고 부원장에 따르면 2013년 12월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전격 처형한 이후 북한의 해외 공관원, 주재원들 중 갑작스러운 평양 소환령을 받으면 탈출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장성택 처형 이전에도 북한은 해외 주재 엘리트들을 숙청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양으로 불러들이면서도 승진 등의 사유로 속였다고 한다. 그러나 장성택 처형 이후 이른바 ‘장성택 라인’ 숙청 바람이 불면서 수많은 공관원과 주재원이 소환돼 수용소에 가거나 처형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상황이 변했다.
북한은 이날 밤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종업원들의 집단 귀순에 대해 “전대미문의 유인납치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어떤 나라의 묵인하에”라는 표현으로 중국도 함께 비난했다.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지만 북한 내부에선 볼 수 없는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활용함으로써 집단 탈출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피했다.
통일부 대변인은 이에 논평을 내고 “집단 귀순은 순전히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주민들의 민생을 돌아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집단 탈출한 종업원 13명과 같은 식당에서 함께 근무했던 다른 종업원들의 행방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보호하고 있지는 않다”며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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