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치열한 경쟁 끝에 국민의당이 결국 호남을 품었다. 국민의당은 13일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14일 오전 1시 기준으로 국민의당은 38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존재감 있는 제3당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창당을 주도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내년 대선 가도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광주 8석 모두를 석권하고 전남 10석 중 8석, 전북 10석 중 7석을 차지했다. “광주는 표를 나눠주지 않는다”는 전략적 투표 성향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다. 광주 광산을에서 더민주당 이용섭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에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하는 우위를 나타냈으나 광주 민심은 결국 국민의당 권은희 당선자에게 모아졌다. 당선이 예상됐던 이 후보조차도 선거 운동 기간 거세게 몰아친 호남의 ‘녹색바람’을 막지 못한 것이다.
더민주당은 전남 1석, 전북 2석 등 3석에 그쳤다. 제3정당의 등장으로 호남의 간판이 바뀐 것은 2004년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이다. 17대 총선 직전인 2003년 11월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광주 7석과 전북 11석을 싹쓸이했고, 전남에서 과반인 7석을 차지했다. 반면 새천년민주당은 전남에서만 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반면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2개 의석을 확보했다. 이정현 당선자는 전남 순천에서 더민주당 노관규 후보를 눌렀고 전북 전주을에선 이명박 정부에서 첫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당선자가 지역주의의 벽을 깼다.
국민의당이 야권의 심장인 호남의 ‘적자’로 부상하면서 안 대표는 야권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 경쟁에서도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지 않은 새누리당 지지층의 교차투표로 정당득표율도 더민주당(24.2%)에 앞선 25.1%를 보이고 있다. 김성식 당선자(서울 관악갑)를 포함해 안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한 비례대표 의원이 의석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며 안 대표의 당내 기반도 탄탄해졌다. 안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당내에선 “국민의당의 확장성이 크다”는 명제가 확인됐다는 데 반색하고 있다. 안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후보 단일화 주장 등에 대해서도 “더민주당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역사에 죄를 짓는다’고 한다면 오히려 더 확장성 있는 국민의당 후보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리”라고 반박해왔다.
결국 지지율 8%까지 추락했던 국민의당의 ‘반전’은 한때 ‘안철수 현상’까지 불러왔던 안 대표의 새 정치 이미지와 기존 정치인과의 차별성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대표는 당 안팎에서 전국적 선거 지원을 위해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도 “지역구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지역구 출마를 고수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선거운동 기간에 서울 40곳, 경기 41곳 등 142개 선거구를 방문하면서 주행거리 4079km의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당내 야권 통합 및 연대 논의에서도 ‘3당 체제 정립’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며 ‘강철수’로의 변신을 입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의 수도권 의석 수가 2∼4석에 그쳐 ‘호남당’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에서의 더민주당에 대한 경고와 ‘반(反)문재인’ 정서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은 것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시적인 지지인 만큼 정동영 당선자를 포함해 손학규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 등 다른 대선 주자에게로 언제든 호남 민심이 이탈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높은 정당 득표율이 전국 정당의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안 대표의 대선 기상도는 20대 국회에서 3당의 존재감을 얼마나 보여 주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