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반란’이었다. 4·13총선에선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새누리당 당선자, 여당 텃밭인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여럿이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영·호남 대립 구도를 넘어설 발판을 마련한 선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정현, 호남 재선 의원 성공
“새누리당 이정현이 순천에서 이겼습니다.”
13일 오후 10시 반. 다시 한 번 이변의 주인공이 된 전남 순천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사무실에 모인 지지자들은 함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이 당선자는 득표율 45.7%(14일 오전 1시 반 기준)로, 더민주당 노관규 전 순천시장을 누르고 전남 순천 수성에 성공했다.
이 당선자는 1995년 지방선거, 17·19대 총선 당시 광주 서을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2014년 7·30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극적으로 당선됐고 이번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면서 유일한 호남의 여당 재선 의원이 됐다. 당초 이 당선자의 고향인 곡성이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광양-구례와 한 지역구가 되는 바람에 이 당선자가 불리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를 특유의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눌러 이겼다.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는 14일 오전 1시 반 현재 90%가 개표된 가운데 더민주당 최형재 후보를 1.5%포인트가량 앞서 당선이 확실시된다. 정 후보가 당선된다면 야당 텃밭인 전북에서 여당 후보가 승리한 것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전북 군산에 출마한 강현욱 의원이 당선된 후 20년 만이다.
정 후보는 국산 키위 재배에 성공한 농부 최고경영자(CEO)로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냈다. 2010년 전북도지사 선거, 19대 총선 전북 전주완산을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셨다. 세 번째 선출직 도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게 되는 셈이다. ○ 여당 텃밭도 곳곳에 균열
새누리당 아성인 서울 강남에 이어 ‘새누리당의 심장’인 영남에서도 야풍(野風)이 거셌다. 대구 북을에서는 무소속 홍의락 후보가 52.7%의 득표율(14일 오전 1시 반 기준)로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더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홍 당선자는 탈당을 한 뒤 자력으로 생환해 국회에 당당하게 입성하게 됐다. 대구 수성갑 김부겸 당선자와 함께 야당 험지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는 의미도 크다.
부산은 18개 지역구 중 더민주당 후보 5명의 당선이 유력해 최대 이변 지역이 됐다. 부산 북-강서갑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제2부속실장을 지낸 더민주당 전재수 당선자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측근인 박민식 후보를 제쳤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당내 공천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지역 일꾼’으로 헌신할 인물을 선택했다”며 “앞으로 인물 경쟁력 없이 지역 기반에만 기대서는 당선이 어렵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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