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청와대에 비상이 걸렸다. 청와대 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국정 주요 과제를 마무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박 대통령이 거듭 제기해온 ‘국회·야당 심판론’보다는 ‘정부·여당 심판론’의 손을 사실상 들어줬다. 박 대통령이 남은 1년 10개월의 임기에 국정 운영의 동력을 찾기 위해선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시작으로 개각을 비롯한 특단의 국정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13총선이 여당의 패배로 결론이 나면서 청와대는 침울한 분위기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오후 함께 TV 개표 방송을 보다가 여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찌감치 흩어졌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개표를 지켜봤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선거 개입”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무릅쓰고 최근 대구 부산 충북 등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잇따라 방문했다. 12일 국무회의에서도 ‘국회심판론’을 부각시키며 사실상 야당을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경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서울농학교에 마련된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재킷에 검정 바지 차림이었다.
이런 박 대통령의 행보는 보수층을 결집해 여당을 간접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세간에서 ‘박근혜 없는 박근혜 선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근혜 효과’는 여당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려온 박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대구에서 정종섭(동갑) 추경호(달성) 등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은 승리했지만 여당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에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된 20대 국회에서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필수적인 법안들이 처리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여당이 과반 의석이었던 19대 국회에서도 주요 법안 하나하나를 통과시키는 게 그렇게 어려웠는데 과반마저 무너졌으니 앞이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 여당 내 계파 갈등까지 고조되면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급속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의 표현대로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이 ‘국회 심판’만 외쳐서는 조기 레임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인 만큼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박 대통령은 인적 쇄신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의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패배하면서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내부 정비를 한 뒤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야당에 협조를 구하고, 정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히 해나가면서 국정을 이끌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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