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서는 16년 만에 재연된 여소야대(與小野大)로 국회 경색의 주범인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공수(攻守)의 처지가 바뀌게 됐다. 선진화법은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려면 의원 과반수가 아닌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수당이 몽니를 부리면 의결이 안 돼 ‘소수당 결재법’으로 불려왔다. 19대 국회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처리하려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본회의에 상정조차 안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새누리당은 작년 1월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선진화법을 내세워 법안 처리를 하지 않은 국회의장이 국회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올 1월에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선진화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절반에 크게 못 미치는 122석을 얻은 새누리당이 헌재 청구를 취하하고 이 법을 존속시키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거대 야권의 법안 공세를 막으려면 선진화법의 보호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19대 국회 내내 선진화법을 방패막이 삼아 쟁점 법안을 저지하던 더민주당은 굳이 이 법이 필요 없게 됐다. 더민주당 123석과 국민의당 38석을 합하면 절반이 넘는다. 선진화법이 없다면 야권이 합의해 다수결로 원하는 법안을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의당도 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서 적극적인 캐스팅보트 역할로 제3당으로서의 몸값을 높이려면 선진화법의 5분의 3 조항이 사라지길 원할 것이다.
헌재는 이번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국회와 관련한 권한쟁의심판에서는 입법에 관한 자율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 선진화법을 둘러싼 여야의 처지는 뒤바뀌었지만 국회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19대 국회 임기 안에라도 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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