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참모진 총사퇴는커녕 달랑 두 줄짜리 총선 논평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5일 00시 00분


청와대가 어제 4·13총선에 대해 정연국 대변인 명의로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달랑 두 줄짜리 논평을 내놓았다.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흔한 표현조차 없다. 마치 총선 결과와 청와대는 아무 상관이 없고, 그저 남의 일을 논평하는 것 같다. 오히려 문면을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회 심판론’이 먹힌 것처럼 해석될 소지도 있다.

청와대 참모진이 총사퇴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논평을 내다니 민심을 잘 모르는 것인가. 어제 자 조간신문의 총선 사설은 보수·진보매체 할 것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에 대한 심판이 20대 총선의 민의’라고 썼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신문도 안 보는가. 박 대통령이 그런 민의를 읽고도 침묵하는 것이라면 남은 임기도 ‘마이웨이’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섬뜩하다.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이 충격적인 참패에 망연자실하자 참모진이 제대로 보고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고사까지 떠오르니 답답하다.

박 대통령은 절반 의석을 훨씬 넘긴 두 야당의 협조 없이는 남은 22개월 임기 동안 국정을 제대로 꾸려갈 수조차 없다. 아쉬운 건 박 대통령이니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꿔 먼저 야당에 다가가는 게 긴요하다.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부터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검토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해 나갈지 국민에게 직접 밝히는 게 옳다. 그것이 정권을 맡기고 중간평가에서 엄중하게 경고한 국민에 대한 예의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어제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집단 사퇴했다. 집권 여당이 대통령 재임 중 총선에서 원내 2당으로 밀려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새누리당은 6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 원유철 원내대표가 위원장이 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키로 했다. 당은 비대위와 청와대의 관계부터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당을 하수인 다루듯 했지만 당과 수평적인 관계를 하루속히 복원해야 한다. 당은 또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탈당 무소속의 복당도 허용키로 했다. 박 대통령의 눈에 난 인사들의 복당이 당청 정상화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청와대#박근혜#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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