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예상 밖의 성적으로 원내 1당이 됐지만 당 안팎에선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 결과가 온전히 더민주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현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에 기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1당이 된 더민주당이 대안 없이 반대만 하던 야당의 습성을 버리지 못할 경우 다음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민주당은 특히 이번 총선 프레임으로 경제심판론을 내세워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제1당의 지위에 걸맞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제 회생 방안을 내놓고 정부 여당과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경우 다시 발목 잡는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론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총선 결과가 명확해진 13일 밤 12시 무렵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식당에서 최운열 국민경제상황실장,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등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제는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집권 플랜을 세워야 한다”며 “앞으로 경제 공약이 중요하니 잘 준비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내 1당으로서 더 책임감을 갖고 총선 경제공약이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재정적으로 가능한지 하나하나 차분히 점검하면서 대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에서의 경제 심판을 넘어 수권 정당으로서의 새로운 경제 운용 방식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도 중요하지만 새누리당,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과 협력하고 경쟁해 국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피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총선 전 ‘비상 상황’을 벗어나 사실상 압승을 거둔 더민주당이 또 다른 자만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를 일사불란하게 따르던 시기는 지났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당의 ‘우(右)클릭’을 주도해 온 김 대표가 내놓을 경제정책 대안에 대한 내부 반발이 거세게 일 가능성이 높다.
한층 복잡해진 당내 지형도 문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원외에 머물지만 친문(친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친노(친노무현) 의원이 40∼60명에 이르고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은 세를 더 불렸다. 구심점이 약화된 비노(비노무현) 진영까지 뒤엉켜 당이 새로운 당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면 온전한 정책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