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누리당은 4·13총선 참패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비박계 김재경 의원이 먼저 “원유철 원내대표는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개인 성명을 냈다. 이어 친박계로 분류됐던 이학재 의원과 비박계 김세연 황영철 오신환 의원 등이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돼야 한다. 관리형이 아닌, 당을 환골탈태시킬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회견문에는 현 정부의 대통령정무비서관을 지낸 주광덕 당선자(경기 남양주병)의 서명도 들어 있었다. 5선에 성공한 비박계 심재철 의원도 “원 원내대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인가. 정말 뻔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천 과정의 책임론에 휩싸인 친박계는 공개적 대응은 삼갔다. 다만 친박 의원들은 언론 통화에서 “비대위를 갑순이가 하든 갑돌이가 하든 무슨 상관이 있나” “비박계가 (향후 당권을 잡기 위한)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해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바로 이게 원내 1당의 지위까지 내준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친박이건 비박이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임하고 나서는 이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은 “당 대표 스스로 ‘우리 당의 공천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떠들고 다니니 누가 찍어주겠느냐. 과반이 가능했는데, (당 지도부가) 총선 과정에서 매니지먼트(관리)를 잘못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당을 이끌 구심점이 붕괴된 상태다. 이는 단지 이번 총선에서 차기 대선후보군이 낙선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총선 참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런 비상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중의를 모으는 절차조차 거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지도부는 일괄 사퇴하면서 역시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원 원내대표에게 불쑥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겨 놓고 “알아서 수습해라” 하는 식의 대응을 했을 뿐이다.
원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맡을 생각이 없었다”면서도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참신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황영철 의원은 “원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직무대행 주관하에 속히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19대 의원과 20대 당선자가 모두 참여하는 제2의 ‘천막 워크숍’이라도 열어 당의 진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여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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