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여성이 지역구에서 선전한 20대 총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4·13총선의 여성 성적표가 나왔다. A는 못 돼도 B는 되는 것 같다. 20대 총선의 여성 당선자는 비례대표 25명에 지역구 26명 등 51명으로 19대(47명)보다 8.5% 증가했다. 눈에 띄는 것은 지역 출마자들의 선전이다. 정당별 지역구 당선자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25명 가운데 17명, 새누리당은 16명 가운데 6명, 국민의당은 9명 중 2명이 당선됐다. 더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사상 최초로 지역구 5선 의원의 타이틀을 갖게 됐다.

▷더민주당이 여성을 많이 공천했고 실제 당선으로 연결된 비율도 높은 반면 새누리당은 당내 계파갈등 와중에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은 경우가 많았다. 컷오프된 여성이 25명에 이른다. 새누리당은 대신 여성 우선추천지역이란 이름으로 지역적 기반이 적은 여성을 전략 공천했으나 받아든 성적표는 평균 이하다. 이은재(강남병) 김정재(포항북)만 당선됐을 뿐 황춘자(용산) 이인선(대구 수성을) 손수조(부산 사상)는 낙선했다.

▷누가 좋은 국회의원인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바람직한 국회의원의 자질을 논의하기 위한 희망제작소 주최 시민토론회에서 12개 토론조 가운데 11개 조가 다양성을 이유로 여성이 이상적인 국회의원이라고 지적했다. 상생과 소통이 중요한 덕목인 시대에 카리스마적 리더십보다는 수평적 리더십을 가진 여성이 정치인으로 적합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커서 우리나라 여성 의원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 속에서 정치인으로 큰 박근혜 대통령은 일반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역경쟁을 뚫기 힘든 여성들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가 비례대표 제도다. 이를 통해 많은 여성이 정계에 진출했고 여기서 쌓은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에 지역 출신이 비례대표 출신을 넘어선 것은 비례대표의 절반을 여성으로 강제 할당한 제도가 효과가 있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눈 밖에 난 정치인을 컷오프 시키고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내리꽂는 시도는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총선#여성 당선자#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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