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방송통신 정책에서도 변화가 있을지 관련 업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산업의 법안을 다루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들의 대폭 물갈이가 예상돼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20대 국회, M&A에 관여할까 ‘촉각’
방송통신업계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국회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 정부의 M&A 심사 과정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는 정부의 700메가헤르츠(MHz) 대역 분배 방안에 대해 반대했다. 이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는 당초 통신업계에 할당할 계획이었던 이 주파수를 통신뿐 아니라 방송에까지 할당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19대 국회가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 내부의 시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로 기업결합을 허용하더라도 미래부의 심사 절차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 절차가 남아 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최소 3주 정도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M&A는 빨라야 6월 말에 결정 날 것”이라며 “다만 국회의 원(院) 구성 절차가 있고 여야가 모두 미방위 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어 상임위 구성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번 M&A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합병 이슈를 국회로 넘기려 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방송통신정책위원회 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고 이번 M&A에 반대해 온 정의당의 추혜선 씨가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등원하는 것도 SK텔레콤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동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심사기간이 연장되고 통합방송법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면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본료 폐지도 논란거리
휴대전화의 기본료 폐지도 논란거리다. 3선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의원은 15일 “기본료 폐지 법안이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기본료 폐지 법안을 먼저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월 1만 원가량의 기본요금이 쉽게 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기본료를 폐지하면 당장 3등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타격을 받아 정부가 추진해 온 이동통신 사업자의 경쟁구도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 이를 감안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방송 및 팟캐스트, 포털 등의 사업자에 대한 정책 변화의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방통위 측은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사회 논란이 된 인터넷방송 등을 포함해 팟캐스트와 포털사이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기존의 방송과 통신의 규제 영역에서 벗어난 매체들의 선정성을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인터넷이나 팟캐스트에서 여론을 선점하면서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야당이 정부의 기존 정책에 불만을 드러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여소야대로 방송통신 주무 부처들은 야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부처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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