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투표지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당내 주도권 다툼에 여념이 없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어제 비노(비노무현)·비주류 일색으로 주요 당직 인사를 단행했다. 김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면서도 대표 합의 추대에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친정 체제 강화가 합의 추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가 수권정당을 위한 과제로 운동권 체질 변화를 지적하면서 기존 정체성을 고수하려는 그룹의 ‘배후에서 조정 능력을 가진 사람’의 태도를 지적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미 정청래 의원은 어제 “셀프 공천에 이어 ‘셀프 대표’는 처음 들어보는 북한식 용어”라고 트위터로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총선에서 최대 계파로 떠오른 친노(친노무현)계와 86그룹에서도 김 대표 추대 반대론이 나와 패권 다툼이 재연될 조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그제 광주와 전주를 찾아 “여러 대통령 후보가 경쟁하는 판을 만들겠다”고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선거운동에서 “기호 1, 2번이 싸우느라 민생을 해결 못하니 3번이 해내겠다”던 것과 결이 다른 소리다. 안 대표 측 일부에선 새 정치의 상징인 안 대표가 당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정배 공동대표는 ‘개혁 성향의 당 대표’ 운운하며 당권 의지를 밝혔다. 어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간 적폐를 알리는 ‘진실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엉뚱한 주장까지 했다.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벌써 당내 주도권 다툼에 골몰하는 것은 두 야당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다. 북한이 곧 5차 핵실험에 나선다는 관측이 나오고 조선과 해운 철강 산업이 빈사 상태다.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로 나라가 흔들린다. 두 야당도 무거운 책임감으로 안보와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 그것이 선거를 통해 거야(巨野) 구도를 만들어낸 유권자들의 강력한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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