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성 없는 朴 대통령, 국민에 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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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국민의 민의가 무엇인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겠다”고 말했다. 또 “20대 국회가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총선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재편된 국회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협력을 다짐한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헌정 사상 처음 집권당이 원내 1당에서 2당으로 추락하게 됐음에도 깊은 자성(自省)이나 인식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20대 총선의 민의는 ‘박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의 오만에 대한 심판이자 대통령부터 확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의 명령으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은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민의를 받들어 국정을 쇄신할지 말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과 ‘국회 심판론’, 민생·경제 살리기 실패, 그리고 친박을 통한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과 상명하복(上命下服)식 당청관계에 대한 반성도 없다. 청와대 참모진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16대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자 대국민 특별담화 TV 생중계를 통해 “총선 민의는 여야가 협력해 나라의 정치를 안정시키라는 지엄한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여야 영수(領袖)회담을 제의했다. 김 대통령은 이 총재와 8번이나 영수회담을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야당 대표와 단독으로 3번, 노무현 대통령은 2번 만났지만 박 대통령은 단 한 번에 불과하다. 국정 파트너인 야당과 대통령의 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박 대통령이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선거 때문에 구조개혁이 지연될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고 말한 것도 야당과 야당에 표를 준 국민이 잘못했다는 것으로 들려 개운치 않다. 어제 문화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32.5%로 취임 후 최저다. 새누리당 지지도 역시 27.2%로 19대 국회 들어 처음 2위로 떨어졌다. 국가 신용등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구조개혁이 꼭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은 ‘수첩 인사’ TK(대구경북) 편중 인사를 벗어나 경제 살리기에 힘써야 한다.

어제 발언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은 기존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 대통령이 안 바뀌면 전임 대통령들처럼 레임덕이나 불행한 임기 말을 맞을 수도 있다. 2004년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천막당사’로 이사했을 때처럼 몸을 낮춰 민심 수습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박근혜#민의#20대 총선#여소야대#수첩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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