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발언중 총선메시지 45초… ‘野와 소통’ 원론만 밝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응답하라 4·13 표심]朴대통령, 수석회의서 “민의 수용”

굳은 표정의 靑참모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앞줄 왼쪽)과 이병기 비서실장(오른쪽)이 1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집현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굳은 표정의 靑참모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앞줄 왼쪽)과 이병기 비서실장(오른쪽)이 1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집현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밝힌 핵심 메시지는 ‘민심을 받아들이겠지만 국정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설명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충격적인 총선 결과에 대한 해법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박 대통령이 남은 22개월의 임기 동안 여소야대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해선 강도 높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민의 받아들인 박 대통령… 구체적 대책은 없어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약 6분에 걸쳐 모두 발언을 했다. 평소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15분 안팎에 걸쳐 했던 것보다 짧다. 그나마 대부분 경제와 안보에 관한 것이었고 총선과 관련된 대목은 45초 정도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고심을 거듭한 끝에 정제되고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는 부분이다. 14일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서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민심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모습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민의를 ‘받들겠다’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라며 “국정 운영에 상당한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박 대통령이 20대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 의지를 밝힌 것도 그동안 여러 차례 ‘국회 심판론’을 제기하며 노동개혁법 등에 반대하는 야당을 거듭 압박했던 것과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3년여 동안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반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 결과는 현 정부 3년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도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와대 내에서는 대통령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행정부에 대한 장악력부터 급격하게 떨어져 레임덕(권력 누수)을 앞당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도 담겨 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비서실과 내각은 새로운 각오로 국정에 전력을 다하고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한 것을 당분간 인적 쇄신은 없다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 “수사적 표현일 뿐”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국정 핵심 과제인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은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 운영 기조의 급격한 변화는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주로 예정된 재정전략회의와 관련해 “강도 높은 재정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북한의 도발 위협 속에서 내부 단합을 촉구한 것도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아직 20대 국회가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등 구체적 언급을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정국의 흐름을 보면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치 전문가들 “민심 설득하기에는 부족”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민의 수용, 국회와의 협력 방침을 밝힌 것은 “긍정적 방향”이라고 봤다. 하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은 사실상 대통령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이니 직접적인 사과 표현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수석비서관회의보다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을 향해 정중하게 밝히는 형식이 바람직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상황을 보다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외국어대 이정희 교수는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 추진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큰데 심각성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총선 결과는 경제 실정, 보수정권에 대한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며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복합 골절을 단순 골절로 진단하고 처방해서는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뚜렷한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것인지 정확한 방향이 안 서 있다”며 “방향이 정해졌다면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힌트라도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는 “전체적인 국정 운영 기조는 변한 게 없어 보인다”며 “대통령 중심의 수직적 당청 관계, 청와대 위주의 대국회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택동 will71@donga.com·차길호 기자
#박근혜#민심#총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