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새누리당을 국민이 준엄하게 심판한 결과라는 세론에 동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심각할 만큼 여당 의석이 초라해져 박근혜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손발이 묶인 채 통치 공황 상태에 빠져들까 해서다. 아무쪼록 3당이 대승적 견지에서 협치를 해나가길 당부한다.
한국 정치가 이렇듯 비정상으로 빠져든 데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5년 단임 대통령중심제란 기형적 정치제도를 너무 오래 끌고 온 탓이 가장 크다고 본다. 현행 제도는 1987년 6월 민주화 이후 이른바 3김 정치라는 왜곡된 상황이 초래되면서 3자 간 권력 나누기가 빚어냈다. 3김 퇴장 이후로도 이 제도를 그냥 붙들고 온 까닭이란 대체 뭔가. 지금까지 권력자들이 ‘제왕적’ 대통령 권력에 도취돼 개헌에 소극적이었거나 그걸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이제라도 헌법 개정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이 축소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대권 탈환전이 사생결단하듯 전개되진 않을 터다. 전통적 형태의 내각책임제나 오스트리아 방식의 이원집정제를 검토해 볼 만하다. 물론 지금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4년 중임 대통령중심제도 대다수 국민이 희망할 경우 배척해선 안 된다.
20대 국회가 원 구성을 하게 되면 선결 과제로 헌법 개정부터 할 것을 촉구한다. 만약 이른바 ‘대선 잠룡들’이 또다시 헌법 개정에 훼방을 놓을 경우 시민들이 대통령 낙선운동을 펼치게 될지도 모른다. 새 국회는 진지하게 개헌 논의에 우선 착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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