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서는 50대 기수론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지천명(知天命·하늘의 뜻을 알아 순응한다는 50세)의 선량들이 각 당의 리더십과 ‘큰 꿈’을 놓고 각축전을 벌일 태세다. 다만 상대적으로 넘쳐나는 야권에 비해 새누리당은 중량감 있는 50대가 부족해 인물 발굴이 숙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野 50대, 원내-당권-대권까지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당선자 110명(비례대표 13명 제외) 중 3선 이상 중진이 40명 배출됐다. 이 가운데 26명이나 되는 50대 중진은 대부분 17대 ‘탄핵 총선’, 18대 ‘뉴타운 총선’, 19대 ‘야권연대 총선’, 그리고 20대 ‘3당 체제 총선’을 치르며 쓴맛, 단맛을 다 봤다. 이렇게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 경쟁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 50대는 다양한 정치 행로를 걸었다. 단단한 지역주의를 깨고 생환한 4선 김부겸, 3선 김영춘 의원의 행보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7대부터 내리 4선을 한 박영선 조정식 의원도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86그룹의 좌장 격인 우상호 이인영 의원도 3선 대열에 합류했다.
인천시장을 지낸 4선의 송영길 당선자와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가세하면 ‘두꺼운 허리’가 완성된다. 다음 달 30일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원내대표 레이스에 돌입했다. 당권을 노리며 이를 발판으로 광역단체장을 바라보기도 하고 내친김에 내년 대선을 겨냥하는 이도 있다.
40대가 조직적으로 충원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민주당은 50대로 당 주도세력이 교체될 상황을 맞은 셈이다. 우상호 의원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젊은 리더십으로 정치권을 재편하라는 것이 이번 총선의 명령”이라며 “실수와 실패로 단련된 50대는 새로운 협치 모델을 만들어갈 적임자”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차기 대권 주자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재선에 성공한 김성식 당선자(서울 관악갑) 등이 50대다.
○ 與, 상대적 기근 속 인물 찾기
새누리당은 차기 당 대표와 대선주자 후보군에서 더민주당에 비해 눈에 띄는 50대 기수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총선에서 대선까지 바라보던 주요 50대 기수들이 낙마한 타격이 크다. 이 때문에 차차기 대선주자로 지목되던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조기 등판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도정에 전념하겠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당분간 쉬면서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 대표 주자로 꼽히는 50대 기수로는 5선에 성공한 정병국 의원 등이 있다. 총선 패배 수습을 위해 50대 중심으로 리더십을 바꿔 보자는 세대 교체론을 등에 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상대책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원유철 원내대표도 50대다.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한때 돌았지만 이제 그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총선 패배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당 대표 출마는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19일 복당을 신청한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행보도 관심사다. 유 의원은 복당이 허용되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 후보로는 4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 유기준 의원과 정진석 당선자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50대이고 각각 수도권, 부산·경남, 충청을 대표한다.
한편 20대 국회는 ‘58년 개띠 전성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더민주당 김부겸 추미애 민병두, 국민의당 김성식, 무소속 유승민 당선자 등이 모두 1958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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