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5차 핵실험 준비… 기술적 진전 예고
7차 노동당대회 앞두고… 국제질서 뒤엎는 도발 질주
정상 수단으론 저지 불가
비확산 노력을 저해하기에… 국제 범죄 행위로 인식해야
널리 알려진 대로 북한은 5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감행할 경우 1월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다. 이번에도 지하 핵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국내외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 할 것이다. 우선 핵실험 후 대부분의 북한 내 인민들과 군부 엘리트들은 김정은이 역대 김씨 왕조 독재자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라고 칭송할 것이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미국이 이끄는 동북아 내 군사·외교 지형에 다시 한 번 파장을 던지려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핵 문제에서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다르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2005년 7월 6자회담의 결과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비핵화 선언에 합의한 것을 이미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더 주목할 것은 김정은이 계속되는 도발로 국제 정치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비핵화 노선을 구성하는 모든 협정, 외교적 합의, 그리고 안보 질서를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의 핵 도발 노선은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등과 함께 대량살상무기 제조를 억제하기 위해 핵물질의 안전한 사용 노력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이번 워싱턴 회의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하지만 회의 기조를 통째로 거부하는 비확산 반대 세력은 보다 강력하고 위험한 핵무기 개발과 취득에 몰두하고 있다. 비단 김정은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벨기에 테러를 자행한 ‘이슬람국가(IS)’와 연루 세력들도 핵무기 확보를 노리고 있다.
올 초 이후 김정은의 도발 행태를 한번 들여다보자. 그는 4차 핵실험에서 수소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증폭핵분열탄을 실험했다. 그는 5차 핵실험에선 이보다 기술적으로 진전된 실험을 할 것이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이전보다 강력해진 로켓 엔진을 과시했다. 15일 무수단 미사일 발사는 실패로 끝났지만 김정은은 핵탄두 소형화 기술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리고 최종 목표인 미 본토에 대한 핵 공격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나는 이런 도발이 단지 북한 핵 역량의 기술적 진보라는 군사적 관점을 넘어 국제사회 차원의 비핵화 노력을 무시하고 뒤엎으려 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다음 달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있다. 김씨 왕조의 후계자로서 명실상부한 대관식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절대 권력을 갖고 있지만 정통성과 자질 시비로 여전히 불안한 이 30대의 독재자는 자신의 왕국을 확실히 거머쥐기 위해 국제사회 질서와는 전혀 다른 도발 질주를 하고 있다. 나아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동북아 역내 긴장과 전 세계의 불안을 무시하고 좌충우돌하고 있다. 세계는 핵으로 인한 위험을 제어하고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김정은과 같은 세력들 때문에 비확산 노력은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슬픈 현실이다. 북한은 유엔 대북 제재를 받아들고도 ‘합법적인 핵무기 보유를 방해한다’고 태연히 말하고 국제사회는 ‘또 그런가 보다’고 반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어떻게 비핵화를 추진해 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사실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선에 충실하기 위해 이를 만들지 않았다. 미국도 6·25전쟁에 이은 또 다른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의 핵 불장난은 이제 단지 한 국가나 정권 차원의 도발이 아니라, 더 나은 세계질서를 만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저해하는 범죄행위라는 차원에서 인식돼야 한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모한 핵 도발을 추진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비확산을 염원하는 국제사회의 악몽으로 더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정권을 멈추려면 정상적인 방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자명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더이상 오판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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