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보건의료 106석 vs 과학기술 17석… 순수과학은 국회서도 홀대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3일 03시 00분


제헌의회 이후 출신 분야별 의석수 비교해보니

과학기술계 출신 국회의원은 법조계 등 문과(文科)계 전문직 출신에 비해 현저히 적을 뿐 아니라 다른 이과(理科)계 전문직 집단인 보건의료계 출신에 비해서도 적다.

박성현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과거 정치 주도권을 문관들이 거머쥔 ‘문치주의’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팽배한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과학기술이 사회 변혁을 주도하는 시기에 극소수의 과학기술인만이 정계에 진출한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계의 국회 진출 성적표는 보건의료계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제헌 이후 현재까지 보건의료계는 총 106석을 차지했지만 과학기술계는 17석으로 16% 정도에 그친다. 18대 국회에서 5석을 확보한 것을 제외하고는 소수의 의원만이 과학기술계를 대변해 목소리를 냈다.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낸 이상희 전 의원이 11, 12, 15, 16대 의원에 올랐지만 그는 약대 출신이어서 ‘정통 과학기술계 출신’ 국회의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의사, 치과의사, 약사로 이뤄진 보건의료계는 매 국회에서 7석 이상을 차지했다. 15대 국회에선 12석으로 가장 많았다.

국회 문을 한 번 연 뒤 연이어 당선되며 정치 활동을 펼치는 의원도 보건의료계가 압도적으로 많다. 11대 국회 이후로 살펴봤을 때 약사 출신 김정수 전 의원(11∼15대)과 의사 출신 정의화 국회의장(15∼19대)은 5선의 위업을 달성했으며, 이상희 전 의원과 치과의사 출신 김영환 의원(15, 16, 18, 19대)은 4선에 올랐다.

3선을 달성한 의원도 의사 출신의 신상진 안홍준 의원, 치과의사 출신의 김춘진 의원(이상 17∼19대) 등으로 다수다. 과학기술계 의원은 17∼19대 국회에서 3선을 달성한 서상기 의원이 유일하다.

박 회장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이 한덩어리로 생각되면서 순수 과학기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 정치계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며 “새로운 과학기술계 인물의 정계 진입도 필요하지만 업적이 좋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국회의원 대부분이 비례대표로 당선된 데 비해 보건의료계 의원은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됐다. 과학기술계 출신 의원들 가운데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과 정호선(전남 나주), 박영아(서울 송파갑), 구본철 전 의원(인천 부평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비례대표로 활동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 교수는 “정치 경험이 적은 과학기술인이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보건의료계 인사들은 지역에서 사회활동을 하며 주민들과 밀접하게 관련된 경우가 많은 반면 과학기술인은 지역보다는 국가 전체를 위해 연구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20대 총선에서 주요 3당이 과학기술계 비례대표를 1번으로 전진 배치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은 당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인 만큼 미래 세대 일자리 창출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과학기술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점에서 여야 3당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련)은 2월 24일 열린 ‘20대 총선 과학기술인 공천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 후보의 20% 이상을 과학기술 전문가로 공천할 것을 요구했다.

오영제 대과련 운영위원회 의장은 “비록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과학기술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메르스, 북한 핵실험, 지진 등 과학기술 이슈가 국내에서 꾸준히 제기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릴 원동력이 과학기술에 있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며 “한순간에 바뀌진 않겠지만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과학기술계 출신#국회의원#보건의료계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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