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한국정당학회(회장 박명호 동국대 교수)가 25일 정당학회 회원 정치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4·13총선 민심에 박 대통령부터 응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 첫 시험대는 26일 열리는 박 대통령과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변화와 쇄신 의지를 밝힌다면 여론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 ‘입법부의 위상 강화’가 가장 시급
정당학회 회원들이 꼽은 ‘20대 국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 하는 것’ 중 첫 번째는 ‘대통령과 의회의 관계’(19명·38%)였다. 이어 ‘여야의 타협주의 문화 정착’(11명·22%)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입법부가 독립적인 환경 속에서 여야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와 행정부가 입법부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협력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4·13 표심이 만든 ‘3당 체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국정의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의회의 관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정당학회 회원 23명(46%)은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입법부의 위상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의 비대칭이 심화된 만큼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의 권한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당이 행정부를 감시·견제할 때 대통령도 의회를 존중하게 돼 정책 토론이 활성화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직적 당청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도 당청 관계는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먼저 의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20명·40%)도 상당했다. “대통령이 먼저 달라져야 (여당) 의원들도 자율성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의 의회 무시가 국가 발전의 저해 요인이다” “민주주의 입법 과정에 대한 대통령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대통령이 의회가 결정한 사항까지 거부해 삼권분립의 균형이 깨졌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난해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을 국회가 수정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정당학회 회원 5명은 ‘당정청 정책조정 창구의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권력 분립이 명확한 미국식 대통령제가 아닌 상황에서 여당과 행정부 간 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대통령과 의회의 관계가 정상화된다”는 얘기다.
○ “상임위 중심의 국회 운영 정착돼야”
여야의 타협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시급한 과제로는 ‘상임위원회 중심의 국회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22명·44%)이 가장 많았다. “여야 지도부나 청와대의 입김을 최소화해 국회의원들이 자율성을 갖고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은 반드시 본회의에 올리도록 해야 상임위 중심의 토론문화가 정착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청와대가 여당의 협상 결과를 존중해야’ 여야의 타협주의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의견(20명·40%)도 적지 않았다. “여당이 독자적 협상력을 가져야 야당과도 타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당학회 박 회장은 “20대 국회가 바로 서는 출발점은 결국 대통령의 인식 변화”라며 “여당 의원들도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입법부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 들어설 여당 지도부가 당정청 사이에서 어느 때보다 리더십과 조정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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