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 시늉뿐… “최경환 삭발하라” vs “김무성 야반도주” 네탓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7일 03시 00분


[4·13총선 이후]얼굴 붉힌 새누리 당선자 워크숍

“국민 여러분께 사죄합니다” 4·13총선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당선자들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 앞서 국민들에게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반성과 성찰로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고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민 여러분께 사죄합니다” 4·13총선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당선자들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 앞서 국민들에게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반성과 성찰로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고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4·13총선 참패 이후 ‘첫 소통 행보’로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를 열고 있을 때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국회에 모여 첫 워크숍을 열었다. 박 대통령이 ‘3당 대표 회동 정례화’ 등 협치(協治)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 책임론’엔 선을 그은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도 총선 책임론을 둘러싸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얼굴을 붉혔다. 한 정치권 인사는 “‘계파 갈등→선거 패배→책임 떠넘기기→더 극심한 계파 갈등’으로 이어지는 새누리당 모습이 과거 야당이 망할 때와 똑같다”고 촌평했다.

새누리당의 20대 당선자 122명 중 개인 사정 등으로 불참한 6명을 제외한 116명은 이날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죄 인사를 하는 것으로 워크숍을 시작했다. 원유철 대표권한대행은 “진정한 반성은 사죄하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는 게 아니다”라며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내 탓’이란 반성과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당부는 자유토론에 들어가면서 ‘공염불’이 됐다. 이종구 당선자가 불을 댕겼다. 그는 “‘초이노믹스’(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경제 정책)로 민생경기를 살리지 못했다. ‘진박(진짜 친박) 마케팅’의 핵심에도 최 의원이 있다. 최 의원은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하든, 삭발을 하든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의 면전에서 ‘최경환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어 이 당선자는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완장 찬 사람들은 이번에 당직을 맡을 생각을 하지 마라. 나서야 되지도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박계 좌장인 최 의원은 유력한 당권 주자다. 당내 혁신모임의 황영철 의원도 “잘못한 사람은 그에 합당한 처신을 해야 더이상 논란이 나오지 않는다”며 최 의원 등 친박계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그러자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황 의원을 향해 “3선이면 3선에 맞게 행동하라. (당직을 두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 대통령이 어려울 때 야당과 싸우지도 않은 사람들이 당이 어려울 때 (내부에) 총질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어려우니 바로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의리와 인간의 도리를 지켜야 한다”고 ‘대통령 옹호론’을 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도 “이번 선거는 김무성 전 대표가 주연이고,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조연인 ‘3류 실패 드라마’”라며 ‘김무성 책임론’으로 맞불을 놨다. 그는 “당 대표라는 분(김 전 대표)이 ‘살생부 논란’을 야기하고, 사상 초유의 ‘옥새 파동’으로 ‘막장 공천’의 주인공을 자처했다”며 “선거 이후에도 아무런 사죄 메시지 없이 무책임하게 야반도주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쇄신파’라는 사람들도 18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한 ‘원죄’가 있는데 누구를 비판하느냐”고 역공에 나섰다.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이장우 의원(대전 동)은 최 의원의 직계로 당내에서 ‘충청 브러더스’로 불린다.

혁신모임의 하태경 의원은 “우리 모두가 책임자이니 누구 탓도 하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모든 일에는 잘못한 사람이 있고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고 다시 친박계를 겨냥했다. 이어 “민주정당에서 특정인(최 의원을 의미)을 왜 거명하면 안 되나. 우리 당은 박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정당이냐. 그분(최 의원)이 나와서 반성문을 써야 한다”고 다시 최 의원을 정조준했다.

이날 발언자는 모두 25명. 이들이 치고받는 가운데 최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최 의원은 워크숍을 마친 뒤 총선 참패 책임론에 대해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지금 말하면 또 ‘네 탓, 내 탓’ 싸움이 된다”며 말을 아꼈다. 초선 당선자들은 한 명도 발언하지 않은 채 양 계파의 ‘막장극’을 지켜봤다. 양 진영이 ‘쇄신 워크숍’에서마저 정면충돌하면서 다음 달 3일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 주도권 싸움의 전초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이날 워크숍을 마치며 결의문을 낭독했다. “계파에 매몰된 작은 정치를 극복하고, 민심정치를 펼쳐 나가겠습니다.” 최대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의 이날 행태는 ‘작은 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4·13총선#새누리#당선자#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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