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인 마틴 가드너는 악어와 아기 얘기로 논리의 오류 문제를 설명했다. 그리스 철학자들이 즐겨 논쟁하던 ‘아기를 빼앗은 악어와 어머니의 대화’를 다룬 것이다. 이런 식이다.
악어: 내가 아기를 잡아먹을지 아닐지 알아맞히면 아기를 무사히 돌려주지.
어머니: 오오! 너는 내 아기를 잡아먹고 말 거야.
악어: 어떡하지? 내가 아기를 돌려주면, 네가 못 알아맞힌 것이니까 내가 아기를 잡아먹어야 하고, 내가 아기를 잡아먹으면 네가 바로 맞힌 셈이니까 아기를 돌려주어야 할 텐데….
악어는 골치가 아파 아기를 돌려주고 말았다. 어머니는 기뻐하며 아기와 함께 달아났다.
악어: 빌어먹을! 저 여자가 내가 아기를 돌려줄 것이라고만 했어도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을 텐데….’(이야기 파라독스·마틴 가드너 지음·사계절)
짧은 얘기지만 악어가 자신의 욕심(아기를 잡아먹는 것)을 챙기려고 던진 문제에 논리적 오류가 발생하자 원치 않는 선택(아기를 돌려주는 것)을 하는 고심의 과정이 담겨 있다. 문득 이 얘기가 떠오른 것은 이수용 북한 외무상의 최근 미국 방문을 지켜보면서였다. 이수용은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서 만약 이수용이 악어의 방식으로 “우리가 핵실험을 할지, 안 할지 알아맞히면 핵실험을 중지할 것”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랬다면 지혜로운 어머니처럼 “오오! 니들은 핵실험을 하고야 말 거야”라고 역설적으로 말했을 텐데…. 그럼 북한은 “핵실험을 안 하면, 네가 못 알아맞힌 것이니까 핵실험을 해야 하고, 핵실험을 하면 네가 맞힌 셈이니까 안 해야 할 텐데…”라며 핵실험을 포기해야 하는데….
하지만 이는 북한이 논리적으로만 움직인다는 전제하에서나 가능한 얘기일 것이다. 아기를 돌려준 악어와 달리 북한은 핵실험 실시라는 일방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작 눈길을 끈 것은 이수용의 발언이 외무성의 혼선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불과 2주 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북)가 내놓았던 합동군사연습 중지 대 핵시험 중지 제안도 미국 스스로가 날려 보낸 조건에서 더이상 유효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국제무대에서 북한 외교가 강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은 그 나름대로 논리적 흐름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협상의 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것을 잘 챙겼기 때문이다. 1차 핵 위기 때 느닷없이 경수로를 내놓으라는 새로운 협상의 틀을 만들어 챙기고, 6자회담에선 각종 대북지원을 얻어낼 때도 논리적 흐름은 있었다. 하지만 외무상이 자기부정적인 발언을 할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지경이 됐다.
이는 최근 북한 외교의 취약성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배경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미 3월 15일에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을 하라’고 지시했으니 외무성은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엔 개의치 않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주장으로 명분만 쌓아야 할 처지다.
그런데, 이렇게 핵무장을 하면 북한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을까. 5월 당 대회에서 ‘자강력’을 앞세우며 경제·핵 병진노선을 강조한다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경제가 갑자기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전 세계가 ‘문제는 경제’라는 인식 아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데 북한 혼자 핵과 미사일이라는 ‘죽음의 무기’에만 집착하고 있다.
북한에 논리가 통한다면, “오오! 너의 경제는 실패하고 말 거야”라는 역설이라도 던져야 핵무기보다는 경제에 더 신경을 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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