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쿠바를 공식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에어포스원에서 내릴 때 동행인들이 눈길을 끌었다. 두 딸과 장모 메리언 로빈슨이 우산을 쓰고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뒤를 따랐다. 대통령의 해외출장에 장모가 동행하는 장면은 낯설었다. 장모는 사위가 쿠바에서 아르헨티나로 갈 때도 함께했다. 해외출장에 가족 동반을 너그럽게 봐주는 미국 문화의 단면이다. 전용기는 태워주지만 가족의 경비는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관례다.
▷현 정부 첫 국무총리였던 정홍원 전 총리는 인사 청문회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시절 멕시코 칸쿤, 페루 마추픽추 출장에 부인을 동반한 일로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집사람이 공무에 참여를 안 하면서 같이 간 점은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2013년 1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역시 청문회에서 헌재 재판관 때 9차례 해외출장 중 5차례 부인이 동행해 논란이 됐다. 그는 부인이 비서관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다른 의혹도 많아 결국 낙마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작년 3월 부인을 동반한 미국 출장이 논란이 되자 “정치를 시작한 뒤 해외출장 때 대부분 사비를 들여 집사람과 같이 간다”고 말했다. 선출직의 아내들은 특히 선거 때 후보자보다 더 고생하는데 당선된 뒤 해외출장에 혼자 덜렁 가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재작년부터 직원들이 해외출장 갈 때 가족 동반을 허용했다.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하도록 한 배려였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이 8박 9일 일정의 유럽 출장에 부인을 동반하면서 858만 원의 비용 전액을 예산으로 받아 써 구설에 올랐다. 스페인 빌바오 시와 출장 협의 때 부인 동반을 결정했고 시의 공무국외여행규정에 따랐다고 한다. 작년 10월 중국 출장 부부동반 때는 별말 없다가 이번에는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지역 경제가 아주 어려운 시기에 부인과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이 손가락질 받을 일인 줄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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