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3총선 결과와 1987년 대선 결과는 패턴이 똑같다. 내년 대선도 이 같은 구도를 기본으로 잘 대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달 28일 당 비례대표 당선자들과의 조찬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주승용 의원 등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식 연립정부론을 거론한 때여서 김 대표의 발언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당과의 연립정부 구상은 배제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 대표가 말한 ‘패턴’이란 1987년 대선에 나선 각 당 후보 득표율과 이번 총선의 정당 득표율 구도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당선자는 36.6%, 김영삼(YS), 김대중(DJ), 김종필(JP) 후보는 각각 28.0%, 27.0%, 8.1%를 득표했다. 4·13총선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은 새누리당 33.5%, 국민의당 26.7%, 더민주당 25.5%, 정의당 7.2% 순이었다. 노 당선자와 새누리당, YS와 국민의당, DJ와 더민주당, 그리고 JP와 정의당이 서로 대응한다.
1987년 대선 결과는 이듬해 13대 총선의 여소야대 4당 체제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내년 대선이 여야 일대일 구도가 아닌 최소 3자 대결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조찬에 배석했던 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가 대선을 중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이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예상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1987년 대선과 이듬해 총선으로 만들어진 여소야대 구도는 1990년 3당 합당으로 이어졌다. 이를 토대로 YS는 1992년 대권을 잡았고, DJ는 그 다음 대선에서 DJP 연합을 성공시켜 승리했다. 마찬가지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다만 그 방향은 기존 정당 간의 연합이나 연대는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이 김 대표 측의 분석이다. 한 당선자는 “김 대표는 여야 3당이 지금 모습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데 의문을 품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균열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와 함께 일하게 된 윤여준 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지난달 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김 대표의 구상이 실현되는 것도 그의 대표직 지속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5선의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을)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빨리 현행 과도체제를 종식하고 당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총선 후 9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연기 여부를 결정할 3일 당선자-당무회의 연석회의를 앞두고 김 대표 측이 내심 바라고 있는 전대 연기를 일축한 것이다.
복잡한 당내 상황 속에서 김 대표는 5일부터 엿새간 휴가를 가기로 했다. 당 안팎에서는 “3일 회의 결과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결정될지도 모르는 미묘한 시점을 택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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