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한국-이란]“한반도 WMD 위협서 벗어나야”… 로하니 대통령, 北겨냥 직접적 발언
이란 내부 “발언 수위에 놀랐다”
朴대통령 ‘문화공감’ 공연 참석… “샬롬” 인사… 이란관객 “샬롬” 화답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현지 시간)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만난 것은 양국 간 경제·외교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북 압박의 수위를 한 차원 끌어올린 행보로 풀이된다.
○ 강력한 대북 압박 메시지
신정(神政)국가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절대 권력’을 갖고 있다. 이날 면담 자리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배석자로 참석했을 정도로 하메네이의 위상이 높다.
박 대통령과 하메네이가 만난 것은 이란이 한국을 각별하게 예우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89년 당시 하메네이가 대통령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면담했던 것과도 비교되는 장면이다. 더 큰 권력을 쥔 하메네이가 박 대통령과 면담을 했고 “지역 불안정 문제 해결”을 언급함으로써 이란의 오랜 우방인 북한에 상당한 압박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판단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도 보다 직접적으로 북핵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열린 한-이란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며 “원칙적으로 우리는 대량살상무기(WMD) 생산을 반대하고, 한반도가 WMD의 위협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로하니 대통령의 비핵화와 평화통일에 대한 발언은 그동안 표명된 이란 정부 입장 중 가장 강한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이란 측 관계자들도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란 최고위층의 대북 압박 메시지는 이란에 경제 회복이 절실하고 한국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 수석은 “정상회담에서 이란 측은 전략적 경제협력 발전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서방의 오랜 경제 제재로 지난해 이란의 경제성장률은 0.8%에 그쳤다. 하지만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올해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8%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란 국영통신인 IRNA는 하메네이가 이날 면담에서 “이란과 한국 관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와 사보타주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며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고 전했다. 여전히 이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볼 수 있지만, 그만큼 한-이란 관계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 “샬롬!”…이란 국민에게 다가간 박 대통령
박 대통령은 이란 국민과의 유대감 강화에도 공을 들였다. 박 대통령은 3일 한-이란 비즈니스포럼 인사말에서 과거 페르시아의 스포츠 폴로가 신라로 넘어와 격구가 됐다는 등 역사적 인연을 강조하며 “오랜 친구 이란과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하고자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모아파그 바셰드, 헤일리 맘눈(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이라는 현지어로 마무리하며 이란 국민과 눈높이를 맞췄다.
이날 현지 동포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란을 떠나지 않은 동포들을 위로하면서 “양국이 상생의 파트너십을 잘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2일 ‘한-이란 문화공감’ 공연에서도 박 대통령이 “샬롬(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네자 관객들은 일제히 “샬롬”이라고 답하며 박수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양국의 정서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의 공주가 사랑을 나눈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며 페르시아 고대 서사시 ‘쿠시나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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