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의 3일 당선 소감이다. 임기 4년 차인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을 잘 마무리하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이끄는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정 원내대표는 “회초리를 든 민심을 되찾아오겠다. 협치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 원내대표는 당초 결선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1차 투표에서 69표를 얻어 2위 나경원 의원(43표)을 큰 표 차로 이겼다.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최초로 현역 의원이 아닌 원외 당선자가 원내대표가 되는 기록을 세웠지만 그의 앞에는 당청 관계 및 계파 갈등 해소, 20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 계파 갈등 해결사 역할 할까
정 원내대표는 당장 당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간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그는 선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첫째도 단결, 둘째도 결속, 셋째도 화합”이라며 “계파와 분파로 갈등해서는 안 된다. 122명 의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절대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본관 246호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246호를 떠나는 순간부터 계파 얘기는 새누리당의 사전 속에서 지워 버리자”고도 했다.
계파 갈등 해소 여부의 시험대는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구성하게 될 비상대책위원장 선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비대위가 될지, 차기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실무 성격이 될지에 따라 구성 시기와 인선이 갈릴 것”이라며 “당선자들의 중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선 “(당선자) 연찬회 때 들어 보니 의견이 갈렸다”며 “의견 취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의 승리는 자신의 지역구(충남 공주-부여-청양)가 있는 충청권과 함께 당 주류인 친박계의 표가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 일각에선 비대위 구성 등 주요 결정 과정에서 친박계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의 표심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광림 의원(경북 안동)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내세운 점도 경선 승리의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한 당선자는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지 여전히 세(勢)를 과시하고 있어 계파 갈등이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수평적 당청 관계 마련할까
정 원내대표가 20대 국회의 첫 원내 사령탑으로서 당청 관계를 어떻게 이끌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당청 관계가 과거에 문제가 있었다면 변화돼야 하고 고쳐져야 한다”며 “여소야대 상황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어떤 일방적인 지시가 물리적으로 먹힐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에서도 엄중한 상황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문제는 개선될 부분”이라고 전망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청 관계를 ‘수평적 협력 관계’로 구축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그는 정견 발표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시절에 대통령과 마주 앉아 고언하고 직언을 했다”며 자신이 청와대와 소통할 자신이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수평적 당청 관계는 과거 당 지도부의 숙원이었지만 실제로는 이뤄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당청 관계 스타일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한 일방통행식 소통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야당과의 ‘협치’ 성과 낼까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3당 체제가 되면서 정 원내대표는 두 야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을 상대해야 한다. 그는 “엄중한 여소야대 속에서 협치를 이뤄 내야 한다”며 야권과 적극 소통할 뜻을 밝혔다. 경선 토론 과정에서도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를 계속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유연한 생각을 갖고 (원 구성) 협상에 임하겠다”고도 했다.
제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야당 도움 없이는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 조만간 열릴 예정인 원내대표 3자 회동에서 진행될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앞으로)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풍부한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 실험 무대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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