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정진석의 녹색 넥타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영국 신사 같다’는 말은 매너가 좋다는 의미도 있지만 옷을 잘 입는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영국 신사의 의복 철학은 검소하고 평범해 ‘남의 눈을 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특정 목적을 위한 옷을 입을 땐 반드시 격식을 갖춰야 한다. 영국에서는 사교클럽이나 고급 식당에 초대받았을 경우 어떤 복장을 해야 하는지부터 파악한다. 어느 골프장은 붉은색 상의를 입어야 라운딩이 가능하다. 이런 규칙을 따르는 건 구속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요, 배려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인도를 방문해 주요 행사에 참석할 때 인도의 국기색인 주황색 흰색 녹색의 한복을 입었다. 2013년과 2015년 중국 방문에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황금빛의 한복이나 재킷을 주로 입었다. 과거 황금색은 황제만 입을 수 있어 일반인은 피했다지만 어쨌든 상대 국민에 대한 배려다. 최근 이란 방문 때도 이란 국기의 3색인 초록색 흰색 붉은색 계통의 옷을 갖춰 입었다. 루사리 착용 외에 색으로도 이란 국민에게 다가간 것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가 그제 국민의당 지도부를 예방할 때 ‘잘 보이려고’ 국민의당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맨 것은 괜찮은 센스다. 그러고 보니 전날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땐 당의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격식을 잘 안다는 얘기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예방한 사진을 보니 국민의당 예방과 같은 날이어선지 녹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어제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날 땐 노란색 넥타이였다. 우 원내대표를 생각해 일부러 김대중 전 대통령이 좋아하던 색을 택했다지만 더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을 맸다면 더 어울렸을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 천장 중앙에는 365개의 전등이 달려 있다. 1년 365일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다. 무작정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제대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첫걸음은 여야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치다. 이젠 동물국회도 식물국회도 아닌 합리적 이성의 국회를 만들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정진석#복장#국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