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가 “조응천 당선자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 하나씩 터뜨리겠다”고 밝히면서 조 당선자가 알고 있는 게 뭔지, 실제로 폭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등 권력 내부의 속성과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 당선돼 우리 당에 왔다”며 “조 당선자와 대화해 보니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입당 회견에서 “정보기관이 특정 정권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며 “국정원 개혁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한 바 있다. 그는 국회 정보위원회 배치 가능성이 높다.
검찰 출신인 조 당선자는 2012년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작업을 했고 2014년 4월까지 박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하는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조 당선자를 영입했을 때부터 “대선용 영입”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조 당선자는 당시 “나는 저격수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문 전 대표 측도 ‘폭로’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영입 제의를 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조 당선자의 더민주당행에 맞서 그의 친구이자 검찰 선후배로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함께 일했던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서울 송파을에 전략공천해 맞불을 놓으려 했다. 하지만 유 전 위원은 ‘옥새 파동’의 와중에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다.
조 당선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 원내대표가 나에게 ‘잘 알고 계시죠’라고 하기에 ‘많이 알고는 있다’고 했을 뿐”이라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있지만 뭘 알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내가 국정 운영의 메커니즘을 알고 있으니 국정원이나 검찰이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겠느냐는 게 우 원내대표의 생각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폭로하고자 나를 영입하려고 했다면 입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도 옛날 일은 건드리지 않겠다,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설령 조 당선자가 현 정권 핵심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도 폭로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조 당선자나 김 당선자는 칼집에 꽂힌 칼 같은 존재”라며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것이지 칼집에서 나오는 순간 위력이 반감된다”는 반응이 많다.
우 원내대표도 논란이 일자 한발 물러섰다. 그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인터뷰에서) 터뜨리겠다는 말을 하진 않았다. 다만 조 당선자에게 권력기관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주문했을 뿐”이라며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터뜨려서 시끌시끌한 이슈로 만들 생각은 없다”고 했다.
취지가 그렇다 해도 제1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당 관계자는 “우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된 직후라 많이 오버한 것 같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우 원내대표가 86그룹의 리더 역할을 하게 돼 약간 흥분한 것 같다. 쿨다운(침착)하지 않으면 민심도 단번에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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